[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4대 로펌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세종의 직원이 회사와는 무관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공판을 무단으로 녹음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현행 법원조직법에서는 재판장의 허락 없이 재판을 녹음, 촬영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때문에 가장 법조계를 잘 이해할 로펌의 직원이 이런 기초적인 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황당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금호석유 측은 법무법인 세종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관계가 배후에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하는 상황이다.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김기영) 심의로 진행된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의 횡령·배임 관련 공판에서는 재판을 몰래 녹음하던 법무법인 세종의 직원이 적발돼 퇴장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재판부의 승인 없이 재판을 녹음, 촬영하는 행위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혹은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금호석유 측 관계자가 이전 재판 과정에서 해당 직원의 녹음 장면을 목격하면서 비롯됐다. 이 직원은 이미 박찬구 회장의 재판을 빠짐 없이 방청을 해왔던 인물. 이날 금호석유 측에서 법원 직원에게 녹음이 의심된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녹음 중이던 현장을 적발하게 된 것이다.
물론 법조계 관계자가 자신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재판이라도 방청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재판에 대한 분석과 변론 과정, 신문과정 등을 분석해 차후 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재판을 메모를 하는 사람은 있어도 몰래 녹음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평가다.
때문에 금호석유 측에서는 이번 법무법인 세종 직원의 녹음 사건의 배경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 관계자는 “법무법인 세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사건이나 M&A 등에서 자문사로 선정될 만큼 매우 밀접한 관계”라며 “법무법인 세종의 대표를 지낸 신영무 변호사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이사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법인 세종은 금호석유가 제기한 계열분리 소송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고 이 외에도 대우건설 매각 법률자문사, 대한통운 인수전 자문사, 금호렌터카 사업 양수도 자문사 등에 선정된 바 있다.
결국 법무법인 세종 측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재판 과정의 녹취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재판과정을 몰래 녹음했다는 해석이다.
금호석유 관계자는 “외부에서 알기 힘든 박찬구 회장의 공판 과정을 면밀히 녹취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제공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 재판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이 사건을 알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법무법인 세종 측은 담당 변호사의 부재를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