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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창덕궁 달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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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에서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보름을 전후해 3일간 '창덕궁 달빛기행'이라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우리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제대로 그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이 여행을 통해 알았다. 
 
애저녁 돈화문 동쪽에서 솟아 오른 보름달이 그랬다. 세수 대야만한 누우런 달이 흥인지문 위로 쑤욱 올랐을 때, 마치 내 심장이 내 머리 위로 튀어 나온 기분이었다. 돈화문 앞 국악거리엔 보름달이 쏟아낸 미세한 선율들이 떨리며 흩어졌다 간 다시 모이고, 모였다 간 또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반복되는 그 선율들을 붙잡고 보름달을 삼키며 소망을 빌었다.
 
돈화문(敦化門)을 지나 금천교를 건넜다. 다리 옆 수 백 년 묵은 회화나무 사이로 보름달이 또 한 번 고개를 내밀었다. 그 달은 내조로 장부의 기개를 북돋아 주는 음전한 미인의 얼굴이었다. 달을 향해 합장했다. 이 세상 모두가 헌헌장부와 음전한 미인의 맘같이 음양이 잘 조화돼 탕탕평평(蕩蕩平平)하기를 빌었다.
 
진선문(進善門) 지나 숙장문(肅章門)을 끼고 인정문(仁政門)에 들어서니 웅장한 인정전(仁政展)이 마치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옅게 화장한 임금님 모습으로 다가 왔다. 웅장보다는 편함으로, 권위보다는 친근감으로 오래된 역사이기보다는 현재의 문화로 내 가슴을 흔들었다.
 
인정전 월대에서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를 뒤로 하고 목멱산(木冪山, 남산의 또 다른 이름) 위로 솟아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당상관(堂上官 : 임금과 같은 장소에서 대담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데, 요즘의 고위 공무원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음)이 된 기분으로 도도하게 달을 향해 외쳤다. 

"일월오봉도를 취할 수는 없어도 일월오봉도 속의 두 그루 소나무는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묵내뢰(默內雷)로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옛 승정원 터를 지나 낙선재로 들어섰다. 묵내뢰로 파락호 생활 끝에 천하 대권을 움켜쥔 흥선 대원군의 기개가 장락문(長樂門) 글씨체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흥선 대원군의 글씨를 달빛에 비춰 보았다. 조선 임금 스물일곱 분 중, 왕권을 왕권답게 행사한 태종, 세조, 숙종, 영조, 정조 등 다섯 분을 뛰어 넘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낙선재 뒤뜰로 들어서니 헌종 임금님의 운우지정(雲雨之情) 사랑이 여리게 내 가슴을 흔들었다. 헌종대왕의 침소엔 그런 운우지정을 맑혀 주는 달 모양의 문(門)이 수줍게 닫혀 있었다. 방안에 매화향이 번졌다. 낙선재, 석복헌, 수강재 위로 떠 있는 달은 춘향이 잇속 같이 깨끗하게 예뻤다.
 
정조대왕의 정치개혁의 산실이었던 규장각에 들어서니 몽유월원지도(夢遊月苑池圖)였다. 부용정(芙蓉亭), 주합루(宙合樓), 연못 주변 소나무와 굴참나무, 보름달이 못 속에서 대칭하며 칠보로 단장한 이상세계를 그렸다.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술기운이 돌았다. 풍류(風流)와 화류(花流) 사이를 오가며, 퇴계 이황 성현도 뵙는가 하면, 장희빈의 오빠 장희재도 만났다. 부용지(芙蓉池) 위 하늘과 못 속에 떠 있는 보름달은 항아(姮娥)였다. 이태백처럼 그 항아를 구하기 위해 거문고 업고 못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해설사의 아니리가 내 뒤 꼭지를 잡았다. "6조 여러분! 빨리 연경당으로 가야 돼요.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 조가 조금 늦었어요." 젠장. 술이 확 깼다.
 
연경당 처마 끝에 걸린 보름달은 풍류객이었다. 대청마루가 무대요 마당이 객석이었다. 객석은 만석이었다. 만석인 극장은 일류 극장이다. 그런 면에서 연경당은 일류보다 한 단계 높은 초일류였다.

예술인들이 무대 위에 섰다. 가야금, 아쟁, 거문고, 대금, 호적 등이 여민락을 연주했다.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으며 평온해 졌다. 춘앵무가 이어졌다. 꾀꼬리가 앵두나무 위에서 춤추듯 거실한 가을밤 공기를 갈랐다. 덩달아 달빛도 출렁였다. 망칠십의 박영호 명인의 대금 산조는 불필요한 것 없이 있을 것만 있는 단순함이 유려하게 흘렀다. 그리고 통했다. 김홍도가 60세 때 그린 금강산 구룡폭포 그림과 통했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그림과 통했다. 이어진 판소리 흥부전 화초장 대목과 신 아리랑 연주는 객석을 하나로 묶었다.

공연이 끝났다. 흐뭇한 달빛이 나에게 화초장을 메어 주었다. 금은보화가 가득한 화초장 메고 궁을 나오니 세상사 부러울 게 없었다. 참 행복한 달빛 여행이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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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국정지지율 53% [리얼미터]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주만에 하락세로 53.1%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19일 나왔다. 여론조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대통령이 '잘한다'는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3.7%포인트(p) 낮은 53.1%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6개 정당 지도부가 1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잘못한다' 부정평가는 4.4%p 오른 42.2%였다. 긍·부정 격차는 10.9%p다. '잘 모름' 응답은 4.8%였다. 리얼미터 측은 "코스피 4800선 돌파와 한일 정상회담 등 경제·외교 성과가 있었는데도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둘러싼 당정 이견 노출과 여권 인사들의 공천헌금 의혹 등 도덕성 논란이 겹치며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5∼16일 전국 18살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2.5%, 국민의힘 37.0%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5.3%p가 떨어지며 4주 만에 하락세로 빠졌다. 국민의힘은 반면 3.5%p 상승하며 4주 만에 반등했다. 개혁신당 3.3%, 조국혁신당 2.5%, 진보당 1.7%였다. 무당층은 11.5%였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의 경우 강선우·김병기 의원 공천헌금 의혹 수사 본격화로 도덕성 논란이 지지율 하락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법을 둘러싼 당정 갈등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봤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 사형 구형과 한동훈 제명 논란으로 대구·경북(TK)과 보수층 등 전통 지지층이 결집한 것이 지지율 반등 원인이라고 리얼미터 측은 분석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는 신뢰수준 95%에 표준오차는 ±2.0%p, 정당 지지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4.5%,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3.8%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pcjay@newspim.com 2026-01-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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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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