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지 5년,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자 슬슬 화풀이 상대를 찾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적임자로 국내에서는 우선 한국은행을 지목하는 모양새다.
특히 4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정치권부터 학계까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어느새 한은은 세상 물정 모르는 '딸깍발이 선비'가 됐다.
행여 올해 성장률이 2.6%를 하회할 경우 모든 책임을 한은에 쏟아 부을 태세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비난에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한은을 향한 비판이 곱게만 느껴지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책임의 우선순위를 찾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은 4대강 사업에 20여조원을 쏟아 부었다. 이 사업이 과연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렸는지 의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증세없는 복지’를 달성하면서 재정건전성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공약(空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역시 현 정부를 향한 쓴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물론 한은과 우리경제의 미래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의 전망이 '또' 틀릴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물론 한은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또한 통화정책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도 온전히 한은의 몫이다.
하지만 지금 한은을 향한 비판들 중 상당수는 다분히 '포퓰리즘적 분풀이'로 비쳐진다.
국민의 고통지수만을 가지고 정책금리를 결정할 수는 없다. 매달 국민투표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면 한 달도 쉬지 않고 정책금리는 내려갈 것이다. 7명의 금통위원이 모여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도록 만든 현 제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비단 김중수 한은 총재의 레임덕이 아니다. 과도한 비판이 지속되면서 한은의 성장률 전망이 '과학'이 아닌 '구호'가 될 가능성이다. 통수권자가 바뀌자 올해 성장률 전망을 4%에서 2.3%로 손바닥 뒤집듯 바꾼 기획재정부가 비근한 예다.
한은이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너뿐만 아니라 다들 힘들다'라는 무책임한 위로를 위해 한은이 연간 전망을 내놓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희생양을 찾아내고 분풀이를 해서 국민들의 상처가 치유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국민적 절망에 기댄 '한은 흔들기'가 과연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선택인가 싶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