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플루엔자(Influenza)가 또다시 지구촌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듯했다.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중국에서 확산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는 폭풍 전야에 처한 듯 싶었다. 하지만 발병 환자 몇 명, 사망자 몇 명 정도의 '중계식 보도' 이후 잠잠해졌다.
사망자나 발병자 수가 더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한반도 전쟁 가능성 같은 빅이슈에 가려진 탓이 크다. 언론은 그 속성상 더 새롭고 더 갈등적이며 더 드라마틱한 뉴스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치 사람 곧 잡아먹을 것만 같더니만 인플루엔자 후속 보도는 그냥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높아져 보인다. 이건 마치 야구 중계를 3회말 정도까지 하다가 콜드게임으로 끝났는지 아닌지 조차도 알 수 없게 하는 꼴 아닌가.
대개의 질병 보도는 이런 식이다. 이번 AI는 사람이 감염된 첫 사례라 주목됐지만 이후 외신에 나오는대로 사망자 수 확진자 수 받아쓰기 경쟁만 하다가 위험성의 뿌리라도 뽑힌 듯 원인과 전망에 대한 분석은 더 나오지 않을, 나오더라도 아주 소소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이번 신종 AI 역시 신속하게 보도되어야 했던 건 맞다. 언론은 '감시' 기능에 철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때도 그랬고 10년 전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사태 때도 그랬지만 언론이 한 몫은 제한적이었다. 발병과 확산이 보도되기 시작하면 무수히 많은 언론들이 제각기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몇 명이나 되는 지를 재빨리 보도하는데만 매달리게 된다. '속보'나 '긴급' 등의 말머리를 달고 나오는 뉴스들이 쏟아지면 불안감은 사회 전체로 키우게 마련.
이번 신종 AI에 대한 보도는 이전보다는 덜 선정적이었던 것 같지만 사망자 수를 전하거나 '~카더라'는 식의 보도가 많았단 점에선 다를게 없었다. 일례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참새들이 무더기로 죽은 것이 발견된 사진과 함께 중국 현지 매체가 이를 기반으로 신종 AI 확산에 대해 우려했다는 보도를 그대로 전한 경우가 있었는데, 정확한 근거없이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기사다.
질병이나 재난, 전쟁 같은 위험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의 미디어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언론은 아니라 책임감을 따질 수 없기에 사실을 전할 가능성도 낮다. 그렇기에 미디어가 판단을 유보하고 피해상황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위험 보도를 하게 되면 역효과가 나타난다.
위험 보도에 있어선 언어 선택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악' '충격'이 예사롭게 기사 제목을 장식하는 요즘 표현 자체도 너무 커진 게 사실이다. '공포' '창궐' '악몽 재현' 같은 표현도 쉽게 쓰여선 안 될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혹은 상반된 의견을 언론의 판단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까지 업데이트됐던 신종 AI 사망자 수 보도 경쟁은 거의 멈췄다. 10일 현재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9명까지, 확진자 수는 29명까지 늘었다. 끝난 현상은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부디 중계하듯 하는 보도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위험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성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역할이 언론이 해야 할 위험 커뮤니케이션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