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한때 6400선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 지수는 현재 2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지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증시 거래량은 오히려 줄었다. 2008년말 금융위기 이후 뉴욕 증시의 거래량은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뉴욕증권거래소의 일 평균 거래량은 약 36억주로 집계됐다.
증시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형 펀드 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출, 채권형 펀드와 MMF 등 단기투자처로 몰리고 있다.
또한 최근 불거진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으로 유로존의 위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와 미 연방정부의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발동 등도 투심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내 증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기와 기업 실적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주식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은 3조~4조원대를 오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9일에는 2조 8000억원까지 급감했으며, 7일 기준 거래대금은 3조 6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 감소로 인해 증권사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식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이 급감하며 대다수 증권사들의 지난 3분기 실적도 악화된 상태다.
상대적으로 브로커리지 부문의 비중이 큰 키움증권의 경우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았으며, 현대증권의 경우엔 적자전환했다.

더욱 문제는 이 같은 거래대금의 감소 추세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 조사업체 리퍼(Lipper)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530억 달러를 환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량의 자금은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비슷한 기간 미국 국채 가격은 랠리를 보인 바 있다.
또한 올해 초 채권시장의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대전환'이란 말이 나오며 자금 이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실제 자금 이동은 많지 않았다.
국내 증시도 거래량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외국인 수급 악화와 원화강세 및 엔화약세, 기업실적 우려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떨어지고 있는 성장률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역시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래대금이 5조원 정도는 돼야하는데, 시장 탄력이 줄었다"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들의 펀드 환매로 인해 투신권에서 지속적인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 역시 증시 위축을 가져오고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연기금 이외의 마땅한 투자 주체가 없는 것도 한 원인.
앞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비율이 너무 적다"며 "국민연금만 쳐다보지 말고 시장을 키우고 참여자를 늘려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와 외부 위탁운용 확대,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에선 증시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자금들이 결국 증시로 유입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성장률 둔화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제공해 줄 상품이 마땅치 않기 때문.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비차익매수도 국내 증시의 수급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약 13조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뱅가드 ETF 벤치마크 변경 이슈가 있는 미국계는 순매도했으나, 이 외 유럽계와 중국 등 지역의 자금은 국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아일랜드가 연속 순매수를 보이고 있으며, 국부펀드의 핵심인 노르웨이와 사우디도 순매수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계는 장기성 펀드 및 영국소재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순매수했다"며 "자금의 성격상 모두 비차익거래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의 경우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중 확대로 순매수 전환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이런 흐름들을 종합해 보면 외국인 중심의 비차익 매수는 좀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비아스 레브코비치 씨티그룹 전략가 역시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향하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며 현재 증시 주변에 대기 중인 투자자금이 본격적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결국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회복돼야 대기 자금이 본격적으로 증시에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양호한 글로벌 경제지표 발표가 이어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미흡한 실적모멘텀과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압력,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쿼드러플 위칭데이 등은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