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대출 고객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10조원대로 예상되는 집단소송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이모 씨가 경기 부천시 소재 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2008년 9월 대출 당시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용과 이자 등 70여만원을 돌려 달라”고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전국 법원에 계류된 집단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연맹, 법무법인 태산, 금융거래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소비자원 등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인천지법이 내린 판결은 전혀 다른 소송이라고 반박한다.
◆ “약관 설명 없이 설정 비용 떠넘겨, 신의성실 위반” vs “원래 약관 자체가 불공정”
이창경 판사의 요지는 이모 씨가 대출 당시 신협 측이 “대출 관련 부대비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충분한 협의나 선택권을 보장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의성실원칙에 반한 것이므로 약관은 무효(약관규제법 제6조)라는 것이다.
은행권은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은 이와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한다. 현재의 선택형 표준약관에 따라 우선 설정비 부담 여부에 따른 금리 차이를 설명했고,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하면 금리인하나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고 밝혀 신의성실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약관은 유효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용등급이 같은 박모 씨와 한모 씨가 3년 만기 1억원을 담보대출로 연 5.5%로 받기로 했을 때다. 은행은 두 사람에게 ‘저당권설정계약서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먼저 보여주며 비용을 고객이나 은행 중 누가 부담할지 결정토록 한다.
박모 씨는 대출금액의 0.6~0.7%인 설정비용 60만원을 부담하기로 하는 대신 은행으로부터 0.2%포인트 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를 할인 받았다.
한모 씨는 설정비용 전부를 은행이 부담하는 것을 택해 원래의 금리인 5.5%를 그대로 내야 했다.
그러나 3년 뒤 만기에 두 사람이 총 상환액은 이자와 설정비용을 합쳐 1억1650만원으로 같았다. 은행연합회는 “누가 설정비용을 부담하든 실질적으로 고객이 지출하는 총 금액은 동일하다”면서 “설정비용을 대출 시점에 일시에 부담할지 금리에 반영해 차후 상환일정에 따라 부담할 것인가에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천지법의 판결은 금리 할인 등 혜택 없이 설정비용을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떠넘긴 것으로 은행권 소송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 국민은행 상대 소송에서 설정비용 부담 ‘부당’ 판결 나오면, 은행권 치명타
소비자단체 등이 낸 소송은 원래 약관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와 달리 인천지법은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겨버렸다는 취지였다.
소비자단체는 현재의 선택형 표준약관은 약관규제법 제6조 2항 1호에서 정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정비용도 은행이 원래 부담해야 하는데 협상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일방적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인천지법의 첫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내달 6일 있을 국민은행 상대 소송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대출자가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부당하게 부담했다고 판결이 나온다면 은행권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근저당권 설정비용은 기업이 상품을 만들데 드는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처럼, 대출상품에 드는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