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1. 미국 시민권자로 한국을 오가며 사업하는 아들을 둔 재력가 김 모씨(66)는 증여한 재산 때문에 골치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내년부터 아들의 계좌내용을 미 국세청에 보고하기 때문에 이중과세는 물론 검은돈으로 의심받아 손해를 입을지 몰라서다. 김 씨는 “아들의 한국 내 금융소득은 미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탈세로 의심받아 사업에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내년 7월 1일부터 해외금융기관 계좌신고제도(FATCA, 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미 국적자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 개설한 은행 계좌내용을 해당 국가의 금융회사는 미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가령 미 교포가 한국에 있는 우리, 국민, 신한, 하나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했다면 이 정보를 해당 은행은 미 국세청에 보고해야 한다.
#2. A 시중은행 글로벌사업담당 부행장도 미국 시장 개척에 암초를 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FATCA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협상하고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지지부진 해서다. 그는 “자칫 신고 못 하면 미국 현지 법인이 번 돈은 모두 과징금을 받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점 확대 등에서 직간접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ATCA 제도 시행으로 미국 시장 개척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연말까지 협상 시점인데, 진전 없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은행연합회가 미국 재무부와 벌이는 FATCA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적용 대상 기관과 계좌에 예외를 받거나 완화하는 식의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스템이나 인력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 어떤 지침도 내려오지 못해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협상 시한은 호주 스웨덴과 함께 올해 말까지다.
미 정부는 전 세계 50여 개국의 정부와 협력을 추진 중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5개국은 금융기관이 자국 국세청에 보고하면 정부간 정보교류가 이뤄지는 형태로 절충하면서 금융기관의 신고 부담을 줄였다.
일본은 고객에게 동의를 받은 계좌에 한해 금융기관이 직접 미 국세청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조율 중이다.
FATCA의 목적은 자금세탁, 탈세 등 불법을 막기 위해서 2010년 3월 발의된 ‘고용회복 촉진을 위한 법률’에 포함돼 제정됐다. 즉 미 정부 입장에서 이 제도를 따르지 않는 금융회사는 불법적 금융거래를 방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개인정보호법과 충돌, 은행들 미국 사업 선택의 기로 놓여
지키지 않으면 미국 내 투자로 벌어들인 돈의 30%를 원천징수 당한다. 가령 '우리아메리카은행'이 미국 투자로 번 배당, 이자 등에 세금폭탄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비상이다. 당장 인력확충에다가 고객관리 컴플라이언스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인 계좌를 모두 파악하고 입출금, 연중 평잔, 최고액, 잔액 등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이럴 경우 고객의 정보를 유출하는 것과 다름 없어 국내의 개인정보호법과 충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사업이 기로를 맞게 됐다. 분쟁을 감수하고 정보를 제공해 사업을 진행할 지, 대신 원천징수 30%를 내고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비용 부담이 커져, 미국 사업 철수 혹은 미국인 계좌를 폐쇄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미국 진출 현황은 우리은행이 법인 1곳과 지점 2곳, 국민은행 지점 1곳, 신한은행 법인 1곳 지점 1곳, 외환은행 현지법인 3곳, 하나은행 지점 1곳이 있다. 농협은 뉴욕사무소로 1곳이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혜미 연구원은 “FATCA가 국내 법규와 상충될 소지가 높고 금융기관의 부담이 커 정부 차원의 양자간 협상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