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영국 법원은 애플이 자사 영국 홈페이지에 내건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 사과문과 관련,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아 제대로 공지할 것을 명령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항소법원은 애플에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지를 다시 올리라고 명령했다.

◆ 英판사 "애플 사과문, 잘못됐고 당황스럽다"
또한 기존 사과문 내용은 24시간내 삭제하고 새로운 사과문을 48시간 내에 올리되, 최소 11포인트 글자 크기로 잘 보일 수 있게 하라고 명했다.
애플은 기존 사과문에서 영국 법원의 콜린 버스 판사가 "삼성제품은 애플만큼 '쿨'하지 않다(Samsung tablets are 'not as cool' as Apple's)"고 언급한 판결문의 일부를 인용해, 삼성 제품을 조롱하고 잘못된 내용을 언급해 고객들을 현혹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영국 법원 항소심의 로빈 제이콥 판사는 "애플이 이 같은 일을 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럽다"면서도 "애플의 공지는 사실과 다른 잘못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명백한 명령 위반"이라고 말했다.
뉴스핌은 지난달 29일 애플의 그릇된 태도로 인해 "당장 체면을 구긴 영국 법조계는 물론, 전세계 고객들로부터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뉴스핌 2012년 10월 29일자 "애플 英사과문, 고객기만의 '극치'" 기사 참조)
영국법원이 다소 뒤늦은 감은 있으나 애플의 진실을 호도하고 법원의 결정을 반박하는 의도를 정확히 살펴 사과문 재공지 명령을 내놨다는 점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 스티브 잡스, 그리고 애플의 사과 정신
이번 사건은 애플이 가진 '독단'과 '반항'적 기질을 잘 드러내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사과에 있어서는 거의 독단적으로 보일만큼 사과를 꺼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아이폰4가 나왔을 때 잘못된 전파수신 시그널 문제와 관련 애플 고객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를 꺼렸던 적이 있다.
이 문제는 분명 잘못된 것이었으나 대중들은 이보다는 잡스의 카리스마와 반항정신에 더 주목했고, 그다지 큰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었다.
◆ 황당한 애플 CEO 팀 쿡의 사과 "다른 제품 써라"
반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은 지난 9월 애플 맵(지도) 서비스의 하자와 관련 이를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 "애플맵보다는 구글맵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잡스의 피를 이어받은 개발책임자 스콧 포스탈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공식 사과문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 등으로 인해 결국 지난달 말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따라서 애플이 영국에서 두 번 사과문을 내걸어야 하는 배경도 이같은 내부적 혼란상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여전히 애플 내부에는 서로 섞이지 않는 두가지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 英법원도 경솔하기는 마찬가지…'애플 희롱거리' 전락
또한 이 과정에서 영국 법원도 애플만큼이나 경솔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앞서 영국 법원의 버스 판사는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삼성제품은 애플만큼 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애플의 사과문에 고스란히 인용되면서 마치 사과하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삼성의 제품을 비난토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버스 판사는 자신의 판결 내용에 대해 세간의 관심과 흥미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이같은 언급은 불필요했고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꼴이 됐다.
◆ '두고보자' 애플, 삼성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그렇다면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삼성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애플은 미국을 제외하고 전세계 법정에서 삼성과의 소송에 이미 패배했거나,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이번 소송에서도 애플은 그야말로 '쿨'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충분히 물러날 기회가 있었으나 오히려 '쿨하지 못한' 태도로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자초하고 말았다.
삼성에게 소송 상대방인 애플의 이같은 굴욕은 결코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삼성으로서는 앞으로 애플과의 중요한 소송 일정들을 감안할 때 결코 편치만은 않은 결과가 됐다.
이번 소송 과정을 통해 잘 드러난 애플의 속내는 '스스로 당한 모욕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얼토당토않은 논리를 들어서까지 되갚으려 한다'는 점이다.
삼성의 의사와는 달리 애플이 영국법원 결정에 반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삼성은 '어부지리'의 반대 개념인 '어부지손'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주최 측의 농간'에 약간 휩쓸린 것과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또한 애플로서도 아무리 뛰어난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갖추고, 때로는 마치 '터프가이(tough guy)'와 같은 반항정신을 보이더라도 법적 질서와 체계의 든든한 후원과 뒷받침이 없다면, 하루 아침에 '글로벌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잘 깨달아야 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