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전 세계 증시는 몇 차례 대붕괴를 경험했지만, 이 경험에서 교훈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나 정책당국은 과거 경험과 비교보다는 앞으로 올 새로운 폭락장을 대비해야 했지만, 실수는 반복됐고 새로운 문제점을 양산했다.
25년 전인 1987년 10월 19일, 전 세계 주식시장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폭락했고, 이날은 '검은 월요일(Black Monday)'로 명명됐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지수(DJIA)는 하루 만에 무려 23% 가까이 떨어졌고, 아직도 사상 최대폭의 일일 낙폭 기록을 내주지 않고 있다.
1987년 대폭락은 곧장 1929년 대공황 직전 증시 폭락과 비교됐다. 하지만 2007년 금융 위기 발생과 함께 다시 찾아온 금융시장의 급락 사태는 과거 경험에서 제대로 교훈을 도출하지 못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19일자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최신호는 블랙먼데이를 회고하는 기사를 통해 "25년 전 폭락장 사태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어내지 못했으며, 가장 큰 실수는 바로 통화정책 쪽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먼데이 당시 전 세계 중앙은행은 발빠르게 금리인하와 금융시스템으로의 유동성 공급으로 대처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지지하는 유동성 공급원으로 책무를 다할 만반의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중앙은행이 나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잠재우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그 경험은 금융시장에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이란 생각을 만들어냈다.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항상 중앙은행이 개입해서 막아줄 것이란 기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자산거품이 형성되었을 때는 가격이 근거없이 급등하더라도 중앙은행이 개입할 수는 없다는 그린스펀의 반대되는 입장과 결합된다.
◆ '그린스펀 풋'과 '대마불사'를 반성한다
경제적 기초여건과 직접 관련이 없었던 1987년 대폭락으로 금융시장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지만, 이후 인터넷 거품이나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그린스펀은 거부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주가가 하락할 때는 개입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25년간 안정적인 성장과 완만한 물가 상승률이라는 이른바 '대완화(Great Moderation)' 시기는 그러나 이면에서 막대한 부채의 축적과 함께 전개됐다.
통화정책 외에도 금융 부문에서도 실수 혹은 잘못된 대처 양상이 나타났다.
1987년 대폭락을 경험한 금융권은 방어 구조를 만드는데 골몰했다. 블랙먼데이 이전에는 대형 상업은행이 최고였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투자은행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폭락 이후 증시가 매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정책당국은 '체계적 위험(sytemic risk)'이라는 개념을 금융 산업 전반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2007년 위기 발생 시점까지 씨티그룹과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같은 금융회사가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됐다.
증권 투자 방식에서도 잘못은 나타났다.
1980년대 중반까지 기관투자자 다수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보험'을 통해 시장이 하락할 때에 대비하는 헤지전략을 구사했는데, 주로 주식시장에서 선물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주식 포트폴리오가 손실을 입을 때 파생상품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이를 상쇄하는 전략이었다. 이것이 되레 주식시장의 폭락을 이끄는 요인이 됐다.
이 경험에서는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은 스스로 보험을 들 수 없다는 교훈을 얻어야 했다. 즉 대다수 투자자들이 매도하기를 원하게 되면 시장에서 이를 받아줄 수 있는 투자자가 없어진다는 점 말이다. 20년이 지나 미국 금융시장에서 모두들 모기지담보부증권을 매도하고자 했을 때 이 같은 교훈은 더 뼈저리게 다가왔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투자자들이나 규제당국이 증권 거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은 단순히 실수를 반복한 것이라고 치더라도, 정책당국의 선택은 문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문제"라면서, "가장 큰 교훈은 자산가격이 오랫 동안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분명히 거품 신호이며, 거품이 터지고 난 다음에는 이를 고통없이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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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