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김선엽 기자] 지난 4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채권시장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장관이 고유한 업무 영역이 아닌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한 것이 이례적인 데다 시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일 보합권에 머물던 채권시장은 박 장관 발언 이후 2~3bp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박 장관은 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코노미스트지 주최 컨퍼런스에서 "정부의 재정이나 금융통화 등 정책적인 확장 기조보다 민간부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규제를 세계 표준에 맞춰서 완화하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정부가 큰 수단을 동원하면 장기적인 부작용이 있어 정책적 대응은 자제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재정부가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연설 이후 좌담 도중 나온 코멘트다.
박 장관의 발언이 있고 하루가 지난 5일에도 시장에선 발언의 진의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선 이미 9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박 장관이 매파적인 코멘트를 함으로써 결론적으로 한은의 금리인하가 정부와는 무관한 독립적인 의사결정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오히려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이런 분석의 바탕에는 7월 금통위를 앞두고 박 장관이 IMF 권고안을 언급하며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실제로는 금리인하가 단행된 것에 대한 기억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연 재정부 장관이 구태여 이런 '꼼수'를 쓰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그보다는 경제 수장으로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고 확대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정부의 입장은 지금의 경제위기는 과거와 달리 장기화될 것이라 무리한 경기부양이 효과는 크지 않고 부작용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무리한 부양의 자제가 아무 것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은 누가봐도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대외경기"라고 단언했다.
◆ 매파적 해석도.. "연내 두 차례 인하는 신중할 필요"
다른 한편에선 이번 발언이 유의해야 할 재료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9월 기준금리 동결을 배제할 수 없고, 적어도 연내 두 차례 인하는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통위가 박 장관의 발언에 휘둘릴 것은 없지만 정부당국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7월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많이 밀렸을 것 같다"며 "숏으로 갔다가 깨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못 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은이 과연 박 장관의 멘트를 얼마나 고려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박 장관의 발언은 다들 경제가 안 좋다는 시각이 강해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려고 한 것에 대한 원론적인 코멘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다음은 좀 신중하게 가야하지 않겠냐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 측은 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어떤 의도로 발언을 한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통위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관련해 원론적인 코멘트를 하는 것조차도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정부 장관의 이례적인 통화정책 언급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시그널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발언 여파로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은 금리인하를 밀어 붙이는 분위기였다가 박 장관 발언 이후 밀렸다"고 설명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어디까지나 한은의 몫"이라며 "7월에도 박 장관에게 뒤통수 맞은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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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