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최상 코스 컨디션에서 라운드 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다. 덥고, 춥고, 안개끼고, 비오고 바람불고 등등. 날씨가 도와줘야 즐거운 라운드가 가능해 진다.
누구나 한번쯤 짙은 안개 속에서 라운드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난주 L씨도 전반 9홀을 안개 속에서 돌았다.

가시거리가 100m도 안 되는 안개 속에서 L씨는 전반 9홀에 38타를 쳤다. 본인도 놀란 스코어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가 역력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첫 홀 ‘올 보기’를 빼 놓고는 룰을 어긴 것도 없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안개가 걷히자 문제가 나타났다. 후반 9홀에서 무려 53타 친 것. 코스 속에 핸디캡이 다 있다고 한 말이 사실이었다.
동반자들도 후반에 무너진 L씨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궁금했다. “아니 대체 뭐가 문제였습니까.” “동반자 얼굴도 제대로 안보일 때는 잘 치시더니 안개가 싹 걷히자 볼이 왜 안 맞는 겁니까.”
L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답했다. “보이는 게 죄지요. 안개가 걷히니 OB말뚝도 보이고, 해저드도 보이고, 벙커도 보이고...”
없었으면 했던 게 보이기 시작하니 자꾸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OB를 의식하니 OB가 나고 벙커를 피해 볼을 친다는 것이 벙커에 집어넣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사실 페어웨이 한쪽이라도 OB 구역이면 드라이버샷을 날리기 전 신경이 쓰인다. OB를 피한다고 방향을 틀면 볼은 OB 반대쪽 깊은 러프에 들어가기 십상이다. 아니면 피한다고 했던 OB구역으로 치고 만다.
파3홀에서 그린 앞에 연못만 있으면 영락없이 볼을 물속에 풍덩하는 골퍼들이 있다. 다시 그 자리에 볼을 놓고 쳐도 마찬가지다. 연못을 넘겨야 겠다는 생각에 다운스윙을 하면서 필요 이상의 힘을 줘 비거리를 떨어뜨린다. 연못을 넘기겠다는 마음뿐이지 백스윙부터 다운스윙까지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다음에 연못에 있는 홀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옛날 볼을 물에 빠뜨렸던 생각이 난다. 한번 볼을 연못에 빠뜨리면 자신감이 확 없어진다.
따라서 티샷을 하기 전 어디로 치면 되냐고 캐디한테 묻는 골퍼가 있는데 잘 알려줘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원하는 곳으로 볼을 보낼 정도면 굳이 캐디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습관적으로 보낼 방향을 물어보고 정작 볼은 엉뚱한 곳으로 보낸다. 이게 아마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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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