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뉴스핌 유용훈 특파원] 다음은 지난 2일 제리 포라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가진 뉴스핌의 서울이코노믹포럼 사전 인터뷰 일문 일답이다.
[일문일답]
1. 교수님의 저서중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Built to last>은 세계 많은 기업들의 경영필수 서적으로 자리잡았다. 교수님이 보는 관점에서 ‘핵심가치’ 설정에 성공하고 이것이 경영성과에 반영되는 ‘성공한’ 한국기업을 꼽아주시고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
= 우선 삼성이 생각난다. 삼성은 1980년대에는 선도기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90년대말 삼성을 경영하기 시작하면서 바뀌었다. 이 회장은 당시 “부인과 아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바꿔라”라고 말한것으로 안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목표지향적 성향(powerful orientation)이며, 바로 우리가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연구에서 발견한 기업의 ‘핵심 가치(core value)’와 같은 것이다.
삼성에 있어서는 이 회장의 이같은 핵심가치가 삼성으로 하여금 변화를 받아들이게 했고, 격변의 시기에 삼성을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 삼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삼성의 핵심가치는 지속적인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이 회장은 가치 혁신(value of innovation)란 새로운 핵심가치도 소개했다. 고품질의 상품개발 이란 [핵심]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상품의 혁신도 추구한 것이다.
또 이를 위해 해외에서 인재를 삼성으로 끌어들이면서 변화를 꾀했다. 아울러 내부 인재들을 해외로 파견, 미국이나 유럽기업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또한 마케팅 기법 등을 배우고 느끼게 했다. 이 회장을 통해 삼성의 문화는 외부인력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함께 해외파견 내부인력을 통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도 동시에 꾀한 셈이다.
2. ‘Built to last’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기업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한국 기업들이 갖고있는 약점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리고 그 약점은 바로 변화를 보다 빨리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나 아시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도전을 극복하는 일은 어떻게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줘야 하는가라는 메트릭스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들에게 있어 실질적으로 외부(해외)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가하는 문제다. 이는 이민자와도 관계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볼때 이민자가 많지 않았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구가 늘면서 경제도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저출산률을 보이고 있다. 오랜시간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노동인구는 줄게되고 따라서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는 없게된다.
3. 한국의 대기업이나 대기업집단(재벌)은 한국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예: 삼성전자)이나 미국(예: 현대차) 등에서도 한국 대기업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교수님은 이런 한국의 대기업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내가보는 입장에서 재벌의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산비용을 낮출수 있으면 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고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한국재벌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같은 지원이 줄고 국제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국의 3위 재벌이 문을 닫은 경우도 발생했다. 또 재벌의 30% 정도가 파산한 것으로 알고있다.
반면 생존한 재벌들은 강력해졌다.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하고 (같은 조건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면 바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이런 재벌은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면 그런 재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다.
4. 한국 사회에서 재벌에 대한 거부감이 노출되고 있다. 양극화의 원인을 재벌문제에서 찾기도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는지? 반기업 정서가 강한 다른 나라에서는 이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례를 들어달라.
= 한국 재벌은 미국의 대기업(conglomerates)과 유사한 점이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대기업의 형태가 보편화됐었다. 철도회사인 트랜스 어메리카나 정유사인 걸프 앤 웨스턴 등 당시 대기업들은 지주(지배)회사로 사실상 영역의 한계가 없었다. 돈을 벌기위해 닥치는데로 기업을 인수하고 사세를 키웠다. 또 낮은 금리 역시 차입 시너지로 한몫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서 차입 효과가 사라지며 이들 대기업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면 GE처럼 산업부문이 연관된 기업들로 구성된 대기업들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이들은 바로 공통된 목표(common purpose)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연구 결과, 선경지명이 있던 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를 중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통된 목표를 유지하고 기여하는 것에 더 관심을 보였다. 1960년대 시작된 미국의 대기업은 1980년대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연구결과에서 보이듯 이들 선경지명이 있는 기업들은 실적도 우수하고 더 오래 생존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192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증시에서 이들 선경지명이 있는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다른 상장기업들에 비해 16 -1대의 압도적인 비율로 실적이 훨씬 우수한것을 확인했다.
5. 그 어느때 보다 지금은 세계 모든 기업들이 미래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고민하고 있다. 한국기업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하는게 좋은가?
재벌도 자신들의 공통된 목표를 설정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자회사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100년, 150년 더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재벌의 수익창출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시각이 있다면 재벌들은 바로 이런점을 기업의 공통된 목표에 담을 수 있다. 즉 그같은 정서나 문화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한국 재벌들이 이런면에서 미국 기업들보다 더 적응하기 쉬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6. 오는 12월12일은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교수님과 과거 인연을 맺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권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2000년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경영멘토로 삼을 만큼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교수님은 안 원장을 기억하고 있는지? 또 그후 만난적이 있는지? 만나고 싶다면 뉴스핌이 두 분의 만남을 주선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교수님의 뉴스핌 국제포럼 방한 때 안 원장과 교수님의 대담을 주선하고 싶은데, 교수님의 의향은?
= 안철수 원장을 기억해봤지만 안타깝께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많은 프로그램을 해왔고 12년 전이라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뉴스핌이 안 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다면 기꺼이 만나보고 싶다.
7. 안철수 원장 처럼 비즈니스맨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는?
= 흥미로운 질문이다.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공화당 후보로 비즈니스맨 출신인 미트 롬니가 경선중이다.
우선은 정부에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 사고방식이지 비즈니스 경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행정부는 기업과 달리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비즈니스 사고방식은 행정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본다.
기업은 경영자가 왕처럼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지만, 정치인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을 처리하게 된다. 즉 대통령이라고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맨이 이러한 정치적 과정을 이해못한다면 비즈니스맨의 정치참여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8. 미국과 유럽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한국도 여전히 글로벌 경제위기의 그늘에 놓여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면 그 원인과 해결책은.
=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다. 그래서 경제적 측면에서 말하지 않는게 맞는것 같다. 나의 입장에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지적한다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기업의 영업방향이나 경영방식까지 결정하는 자유시장(free market)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극도의 자유시장(free market) 경제는 실행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재정적 이윤을 추구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게 만든다. 자유시장 경제는 정부 규제와 감시로 극단적으로 변화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이같은 규제가 얼만큼이나 필요하고, 또 얼만큼의 규제가 적당하냐는 것인데, 정치지도자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극단적인 자유시장 경제는 잠재적으로 전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율 규제는 작동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도 믿지 않는다. 특히 리워드(보상)이 클 경우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 (금융위기를 자초했던) 금융기관의 경우가 이를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는 비록 성장률이 이전처럼 높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9.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발전(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치란 어떤 형태여야 하나? 단적으로 현 시대에 바람직한 정치와 경제의 균형 보완 견제 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 이에 대한 답으로 2개의 중요한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이코노믹(경제적) 모델이다. 그리고 이코노믹 모델은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로 나눌 수 있다. 두번째는 정치적 모델이며 여기에는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란 2개의 모델이 있을 수 있다.
내 믿음은 이중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본다. 자본주의는 부를 만들어 주고, 민주주의는 이같은 부의 분배를 결정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국가)는 자신들만의 뿌리가 있고, 시각이 있다. 그래서 각각의 국가는 자신들에게 맞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에게 맞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모델을 조합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것이 된다. 문화나 역사가 다르고 가치 또한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는 것 역시 각각의 국가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자신들의 모델을 다른 국가에 강요했지만 실패했다. 식민지시대의 영국도 식민지 국가와 국민들에게 영국의 것을 강조하고 주입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아마도 모든 국가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이상적인 모델을 가진 세계가 만들어졌다면 지구는 더 훌륭하고 성공적인 세계가 되었을 것이고 더 평화로워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以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