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해야 카드 수령 가능
[뉴스핌=최주은 기자] # 최근 A씨는 한 신용카드사로부터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 신용카드 소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장황한 설명에 A씨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관련 안내서를 메일이나 우편으로 배송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니 전화상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세부적인 혜택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일단 카드를 발급받으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마침 백화점 할인 혜택이 필요했던 터라 카드를 일단 받아 보기로 했다.
며칠 후 카드 수령을 하려던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드를 받기 위해 예닐곱 곳은 족히 돼 보이는 곳에 자필 서명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에 대한 서명이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카드를 수령하려면 서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뿐이었다. 카드 배송직원은 일단 카드를 받아들고 고객선터와 통화를 하라는 안내만 남기고 돌아갔다.
A씨는 자신이 동의에 체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용확인을 요청했다. 상담원은 서명할 당시 확인을 하지 않았냐고 오히려 물어왔다. 카드 수령을 위해 카드 배송인과 만나기로 한 시각은 한창 출근 준비 중인 오전 7시 20분 경이었다. 시간이 없었을뿐더러 깨알 같은 글씨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정도의 크기였다. 더구나 배송인은 카드를 건네주고 짧은 시간 동안 서명만 요구할 뿐 서명을 마치자마자 종이는 회수해 가버렸다.
확인 결과 A씨가 서명한 곳은 3곳, 동의란에 체크를 한 곳은 7곳이나 됐다. 서명은 개인(신용)정보 조회 동의서,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개인(신용)정보 제공동의서이고 동의에 체크한 내용은 앞서 언급한 동의서에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되는 정도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이처럼 정보 조회‧수집‧이용‧제공 동의서를 받게 된 것이라고 카드사는 밝혔다. 하지만 카드사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사전 고지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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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에서 수집하는 '개인신용정보 제공·활용 및 조회 동의서' |
◆‘개인정보보호법’ 무용지물이라는 지적 쇄도
개인정보 유출과 정보제공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는 공공과 민간부분 통합된 개인정보보호법을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시키고 같은 해 9월 시행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인정보 제공을 원치 않아도 금융회사나 기업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개인정보 제공에 주체자가 동의를 체크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현 상황에서 개인 의지에 따른 선택의 여지는 없는 셈이다. 정보 제공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금융회사나 기업의 해당 서비스를 일절 받을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신한카드 고객서비스팀 한 실무팀장은 “제휴된 카드로 발급을 받으려면 정보제공 동의서에 서명과 체크는 필수다”며 “제휴가 되지 않는 카드를 발급 받을 경우 이러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에서 제휴서비스를 맺고 있지 않은 카드는 하이카드 1장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카드가 제휴사와 연계를 맺고 있어 혜택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는 더욱 확고한 필수요소가 되는 셈이다.
우리카드 역시 카드 수령 시 필수항목과 선택항목을 나누고 개인정보 조회‧수집‧이용‧제공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필수항목 체크란에는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선택항목은 고객이 원치 않는 경우 체크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분리해 고객에게 사전 안내를 하고, 서명 요구의 절차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포털 사이트에 아이디 kwo****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신용카드 수령시 개인 정보 이용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카드를 수령할 수 없다며 카드를 도로 가져가더군요. 동의서란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 아닌가요? 이렇게 강제적인 서명 요구가 합법적인 것인가요?”라고 글을 남겼다.
a60****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다른 네티즌 역시 “오늘 신용카드 수령 했는데, ...(중략) 일단 받아서 수령 했으니깐 사인을 했습니다. 아래 사인란에 5개 인가 한거 같은데. 뭔가요, 바빠서 뭔지 모르고 사인했는데. 문제 있나요?”라는 글을 남겼다.
본인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에 체크를 하면서도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카드사의 사전 설명이 미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원치 않아도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 없이는 금융 상품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일차적 문제고, 여기다 개인의 소중한 정보를 사전 설명 없이 ‘쓰고 싶지 않으면 말라’는 식의 반강제적인 금융사의 개인 정보 수집 태도는 더 심각한 이차적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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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