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유럽 시중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한 하루짜리 예금(overnight deposits) 규모가 연이어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지만, 이를 대출 경색 신호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CB에 예치된 초단기 예금은 지난 여름 수천 억 유로 수준으로 급증한 뒤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12월부터 3년짜리 저금리 자금을 방출한 뒤 증가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3월 초 하루짜리 예금 규모는 8275억 유로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ECB 하루짜리 예금 규모는 432억 유로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급증세에 대해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 소속 이코노미스트 젠스 라슨과 제임스 애슐리는 연구보고서에서 이것이 반드시 은행간 대출 경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물 경제에서 신용여건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ECB의 예금액이 줄어들지 않는다. 예금액이 늘어난 이유는 ECB가 대차대조표를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라슨과 애슐리는 ECB가 대출을 맞추기 위해 장기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들로 하여금 긴급 상황에 대비한 지급준비금 규모를 확대하라고 주문하지 않는 한 이 예금액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은행간 자금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유로존 은행간 금리를 가리키는 유리보(Euribor)와 유럽 은행권 초단기금리인 이오니아(Eonia; Euro OverNight Index Average)의 격차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오니아는 정책금리의 변화를 예측하는 반면 유리보는 은행들 서로간의 무담보 대출에 사용되는 금리로, 유리보와 이오니아의 스프레드는 15일 50.8bp를 기록했는데 이는 ECB가 3년 만기 대출을 처음 실시하기 직전인 지난 12월21일 기록했던 96.2bp보다 훨씬 축소된 수준이다.
애슐리는 유리보/이오니아 스프레드가 거래 상대방 은행의 위험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ECB 일일예금보다 은행간 대출 상황을 더 잘 보여준다며, 시장 여건이 “정상”일 때는 두 금리 간 격차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일예금의 경우에는 실제로 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추적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ECB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은 은행이 다른 은행에 예치할 수도 있고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해주더라도 이것이 다시 은행에 예치되어 중앙은행 예금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장기저리대출 자금과 중앙은행에 예치된 예금은 서로 다른 돈이라면서 이런 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예금 증가세는 주로 독일계 은행에서 크게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초단기 국채 수익률이 거의 제로인데 반해 중앙은행 하루짜리 예금은 0.25%라도 주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국채 스프레드가 워낙 크다보니 ECB의 자금공급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물론 은행간 대출이 활발하더라도 이것이 실물경제로 유입된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드라기 총재는 민간부문의 대출증가율이 부진하다는 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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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