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일본에 이번에는 ‘차기 그리스’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그리스가 오는 20일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피해나가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자금줄인 국내 유동성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해외 자금에 의존해야 하지만 현재의 재정건전성으로는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일본 경상수지는 4373억엔(54억달러) 적자를 기록,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쓰나미와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붕괴로 인해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일본이 경상수지 적자를 낸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며, 적자 규모 역시 당시 기록한 1330억엔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일부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의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4분기 일본 경제는 0.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2.3% 성장에서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세계 2위 채권국이라는 일본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대지진 이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오는 여름철 전력 부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 경우 제조업 생산 원가가 치솟으면서 국가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리아 이코노미스트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 수입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1월 경상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향후 재정건전화 전망 역시 흐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월가 투자은행(IB) 역시 비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JP모간이 2015년 일본이 적자국 신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고, BNP 파리바는 2020년을 시한으로 제시했다.
리아 이코노미스트는 “당장은 아니지만 일본이 경상적자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이 경우 일본 정부는 국채 발행을 해외 자금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사후적으로 국내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나타낸다.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더이상 저축으로 투자를 상쇄할 수 없다는 얘기이며, 이 '투자저축 갭'은 저축이 늘지 않는 이상 해외로부터 차입해서 메꿔야 한다.
일본의 경우 기존의 부채가 적지 않은 상황에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채 수익률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토 다카토시 일본 전 재무상의 의견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토 전 재무상은 일본의 국채 발행 금리가 앞으로 수년간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결국 그리스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국채 매입이 한계 상황에 이르고, 해외 자본을 유치해야 할 때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리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공공 부채와 자금 조달 상황이 위기 지점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