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거래소의 지난 13일 국고채 5년물의 장시간 거래 정지로 피해를 입은 채권딜러들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채권딜러들이 거래시스템 ‘불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 기획재정부가 주관하고 있는 국고채 전문딜러(프라이머리 딜러, PD) 제도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고채 전문딜러란 국고채의 매각과 유통을 위해 일부 증권사, 은행들에게 국고채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시장 조성을 위한 일정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국고채 전문딜러로 선정되면 국고채 입찰 후 3영업일 내에 낙찰금리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대신 지표물에 대해 매수/매도 가격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호가 제시의무를 가진다.
문제는 국내 대부분의 기관들이 선정되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국고채 전문딜러를 재정부 장관이 지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와 은행들의 딜러들은 거래소의 명백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속만 삭히는 실정이다.
A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고채 전문딜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재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니 이런 답답한 상황에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증권사의 한 딜러는 “전용시스템을 통해서 사과공지만 받은 상태”라며 “국고채 전문딜러에서 낙방하면 해외 쪽 세일즈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재정부나 거래소를 향해 강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고채 전문딜러 제도는 국고채 발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그 선정에 있어 기재부의 평가가 중요해 이번과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채권 딜러들이 아무런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당일 거래소가 보여 준 늑장 대처와 인색한 사과도 같은 맥락이다.
거래소는 전용시스템을 통해 이용자들에게만 거래정지를 통보했을 뿐 사고 사실을 전혀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하루 종일 부재중인 채 연락이 끊겼다. 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장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외부와 단절한 것이다.
거래소측은 “시스템 복구를 위해 몰두하느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국가기관이 사고 처리를 이유로 사고 공표를 생략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C증권사의 한 딜러는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거래소가 갑(甲)”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엄청난 항의와 소송이 잇따랐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거래소 측은 이번 사태의 피해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거래소 국채시장 관계자는 “장내거래 비중이 30~40% 수준이고 장외에서 매매를 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B증권사 딜러는 "장외로는 100억 원 단위로만 거래가 되기 때문에 장내에서 10억 원 단위로 거래하던 딜러는 많이 당황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마침 5년물 입찰이 있어 입찰 받기 전에 미리 매도를 한 경우도 있는데 100억 원 미만으로 매수를 하려던 사람은 장내시장이 정지돼 원하는 거래를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이 막히면서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는 지적이다.
사고에 대처하는 태도는 재정부 역시 거래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참가자들과의 ‘소통’을 기회마다 강조하던 재정부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지 4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해명이나 공식적 사과, 사후 조치 등이 나오지 않고 있다.
D증권사의 한 딜러는 “시장 참여자들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전산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겠거니 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는 재정부와 거래소에 대해서 화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국고채 전문 딜러제도 선정 자체에 대해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E증권사의 한 딜러는 “정부에서 대놓고 대형 증권사 위주로 선정을 해서 중소형 증권사는 절대로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에서 대형증권사에만 이런 엄청난 특권을 주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처사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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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