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미국 대륙이 들썩인 주말이었다. 슈퍼볼(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은 1억명 이상의 공중파TV 시청자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 치뤄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최대 이벤트 장으로 부상했다.
다만 슈퍼볼을 지켜보는 시선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미식축구에 대한 미국인들의 남다른 '열정'이 국경 넘어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탓에, 관심의 초점이 경기보다 이 시간에 방송되는 광고로 쏠린다는 점일 것이다.
올해 슈퍼볼 광고가격은 초당 10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가격대로 또 한번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 '광고의 전쟁터'에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첫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삼성다움'(?)으로 승부하면서 슈퍼볼 사상 최장 시간인 90초짜리 광고를 가장 황금시간대인 4쿼터에 배치시켜 무려 10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대했던' 90초가 흐른 뒤 삼성 광고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하다. 미국에서 '갤럭시 노트'의 본격 판매 개시를 알리는 야심찬 도전이었으나 슈퍼볼 광고에서 삼성은 말 그대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밋밋함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번 광고는 애플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 사이에서 우연히 '갤럭시 노트'가 눈길을 끌면서 이 제품이 애플을 능가할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어필한 내용이 골자였다.
이미 지난해 미국에서 방영됐던 '갤럭시S2'편과 같은 콘셉트라는 점에서 애초에 '신선함'은 포기했다. 또 마지막 장면에 'Again'이라는 자막을 넣음으로써 삼성이 또다시 애플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새로운 강점으로 자신만의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스스로가 애플의 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경쟁제품을 생산했으며 애플의 고객층을 사로잡겠다는 '2인자'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줬다.
하다못해 '갤럭시 노트'의 특성으로 부각된 'S펜'의 기능에 대해서는 오히려 펜을 없애는 것이 '혁신'이었던 시장에 다시 펜을 들고 나온 것이 혁신이라고 불릴 만 하느냐'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라는 막강 '라이벌'을 건드렸지만 뭔가 깔끔하지 못한 뒷맛이 남은 셈이다.
미국 광고 시장에서 경쟁사과 비교해 자사의 우월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날 방송된 GM의 광고가 대표적 예다.
GM은 '2012 마야 종말'이라는 가상 상황에서 자사의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의 운전자는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지만 최대 라이벌인 포드(Ford)의 F시리즈 운전자들은 돌아오지 못했다는 내용을 광고함으로써 실버라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후 포드사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지만 적어도 슈퍼볼 광고에서 GM을 각인시켜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삼성은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유머 전략도 욕심 부리지 않았다. 미국 광고회사인 '뮬렌'이 슈퍼볼 중계 중 실시간으로 집계한 트위터 트래픽 기록에서 상위 10위를 차지한 광고들을 보면 대다수가 미국 특유의 유쾌함과 유머를 강조한 콘셉트였을 만큼 짧은 시간동안 깊은 인상을 남기는 최고의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유머'다. 1위를 차지한 '도리토스' 과자가 그 대표적 예이고 크라이슬러, 펩시 등 대다수 회사가 30초동안 시원한 웃음을 안김으로써 호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웃음기 싹 뺀' 90초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커진다.
현재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2 슈퍼볼 광고'에 대한 투표에서 삼성은 6일(현지시간) 현재 '퀄리티' 평점 4.45, 유머 3.75, 스타파워 3.08(10점 만점) 등 저조한 성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IT전문사이트인 '인포메이션위크'는 "삼성이 어떻게 슈퍼볼 광고를 망쳤는가(How Samsung Screwed Up Its Super Bowl Ad)"라는 제목의 글을 싣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삼성의 슈퍼볼 광고가 갤럭시 노트의 '혁신'에 대한 의문을 제기받는 등 시청자와 트위터상에서 널리 조롱을 받으며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처음은 누구나 낯설고 어설픈 법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광고가 슈퍼볼 무대에서의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다음을 위한 '경험'이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90초동안 1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삼성전자의 야심찬 포부와는 달리 지나치게 씁쓸하게 맴도는 '뒷맛'을 보고 있자니 아쉬움을 감추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대륙이 들썩였던 주말 축제의 잔상 속에서 과연 삼성이 이번 도전을 통해 스스로 얻은 교훈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