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자산운용사의 운용규모 측정에 'AUM방식'이 도입되며 업계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계열사가 없는 운용사들에겐 불리한 기준인데다 자칫 투자자들의 운용사 선택 기준이 펀드운용 능력이 아닌 자산규모로 치중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13일 금융투자협회는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AUM방식 통계관리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금융투자협회가 내년 1월 1일부터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이 운용자산 규모를 AUM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화면개발 1단계 작업을 마친데 따른 것으로 40여명이 넘는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다만 설명회가 끝나고 관계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는 후문이다. 매 영업일에 투자일임 계약규모를 보고해야 하는 불편과 정보공개를 원하지 않는 수익자에 대한 대응책, 급기야 AUM 방식 도입에 대한 실효성까지 거론됐다.
◆ 펀드·일임 자산을 바라보는 어긋난 시각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0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정비해 AUM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AUM 기준을 따르게 되면 펀드(집합투자기구) 자산 규모에 투자일임자산까지 운용자산에 포함된다. 투자일임은 자산운용사가 보험사, 계열사, 또는 국민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과 일대일 계약을 맺어 운용하는 자산이다.
최근 일임형 자산이 급격히 증가함에따라 AUM방식 도입이 불가피했다는 게 금융투자협회의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국내 펀드자산이 300조 수준인데 일임자산 역시 200조 규모로 증가했다"며 "운용업계가 다루는 자산 규모가 300조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임이든 펀드든 운용사 내부에서 운용하는 자산의 본질은 동일하다"며 "AUM기준은 운용업계의 거시적인 산업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A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자산과 일임자산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며 "펀드와 일임자산의 비중에 따라 운용사의 장단점이 다른데 이를 AUM기준으로 묶어버려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그는 "AUM방식은 그간 펀드를 운용하며 리서치와 리스크 역량을 키워 투자자들에게 선택을 받아오던 운용사들에게 다소 불리한 기준"이라며 "자칫 투자자들이 AUM 큰 운용사가 펀드운용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인지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측은 "AUM은 어디까지나 옵션 사항일 뿐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펀드/일임형으로 구분해 자산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 통계의 연속성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좋지만...잡무 증가·수익자 마찰도
현재 해외 대부분의 자산운용업계에선 AUM기준이 일반적이다. B운용사 관계자는 "향후 헤지펀드 도입 등 국내 시장에만 안주할 수 없는 운용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국제적인 기준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해외에서 영업하는 운용사들은 이미 AUM기준으로 자산규모를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스탠다드'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시행세칙 개정으로 각 운용사들은 매 영업일 오후 2시까지 그날의 투자일임계약규모를 금융투자협회 측에 제출해야 한다.
그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잡무가 늘어난 셈"이라며 "수정 및 정정 시스템에 대해 들었지만 사용이 편리한지는 직접 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기관투자자들과의 마찰도 문제다. 이미 기관투자자들은 이같은 자금흐름 노출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C운용사 관계자는 "AUM이 도입하면 최근에 집행된 기관의 자금이 어느 운용사로 유입됐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며 "기관수익자들이 공시를 통해 일임자산이 공개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AUM기준에 따라 운용업계는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대 수혜자는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AUM 기준을 따르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계열사에서 받은 70조원 규모의 일임자산을 포함해 자산규모가 105조원을 넘어선다. 올 한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경쟁에서 독보적인 1위를 자리매김 하는 셈.
또한 10위권 밖이던 교보악사자산운용이 7위로, 20~30위권에 머무르던 아이엔지자산운용, 알리알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이 각각 9위, 11위로 올라서게 됐다. 반면 펀드자산 만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산은자산운용과 슈로더투신운용 등은 다소 순위가 밀리게 됐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운용사 공시의 메인 화면을 AUM기준으로 제시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자들에게도 AUM기준이 자연스럽게 인지될 것"이라며 "공시화면의 옵션을 펀드만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협회 의지가 AUM방식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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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