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곽도흔 이기석 기자] 오는 8월부터 일본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한국의 원화를 사고 팔 수 있는 원/엔 FX마진트레이딩 시장이 개설될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외국환은행 등의 기관들이 거래하는 역외 차액선물환(FWD) 시장이 아니라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별칭되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외환투자가 크게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원화가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래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원/엔 환율에 대한 FX마진트레이딩이기 때문에 향후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나 정책당국, 그리고 외국환은행 등에서 개인들의 외환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거나 시장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선수를 치고 나왔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세계화가 급진전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의 국제화에 대한 정책이나 시스템 정비가 너무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의 수출입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하고 개인들의 유학 등으로 ‘기러기 아빠’가 양산된 현실, 또 '아이돌그룹'의 한류 바람몰이로 한일간 문화관광교류가 활성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들의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외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내 FX마진트레이딩의 90% 이상을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개인투자 손실이 커지고 불법마저 공공연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나 정책당국의 대응이 안이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본의 원화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원화에 대한 주도권까지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8월부터 일본에서 원/엔 FX마진트레이딩 시장 개설
29일 기획재정부와 외환중개사, 증권선물사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1일부터 일본 도쿄금융거래소(TFE)에서 원/엔 FX마진 거래를 상장할 예정이다. 엔/위안화, 엔/링기트화도 동시에 거래대상에 포함됐다.
외환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원/엔 크로스 FX마진트레이딩이 오는 8월 1일부터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에서 원/엔 시장이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본에서 ‘와타나베부인’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FX마진트레이딩 시장이 개설되는 점이 흥미롭다”며 “일본의 경우 FX마진거래가 일반화돼 있어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금융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엔 FX마진트레이딩은 원화나 엔화를 사고 팔 경우 화폐 실물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차액만 결제하는 방식으로 거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액을 정산할 경우 원화나 엔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원화를 사야하는 등 나름대로 국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의 원/엔 시장이 활성화되어 거래규모가 클 경우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원/엔 FX마진거래가 NDF처럼 실물이 동반되지 않는 차액결제방식이기 때문에 차액에 대한 헤지용 커버거래가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일본계 은행을 통해서 헤지거래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체로 선물헤지의 경우 원/달러도 NDF에서 1개월짜리로 주로 이뤄지는 것처럼 원/엔 FX마진트레이딩 역시 싱가포르 시장에서 1개월짜리 원/엔 NDF로 헤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NDF를 통해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원/엔 시장 부재, 정부 당국 대응 미흡
국내 시장의 경우는 외국환은행들이 참여하는 기관들의 이른바 도매시장에서도 원/엔 시장이 개설돼 있지 않고 사장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90년대 IMF 위기 이후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에 따라 원/엔 시장이 개설됐으나 성과 부진으로 흐지부지 됐다. 또 지난 2006년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이 유입되는 시점에서 ‘외화퍼내기’ 정책을 검토하면서 ‘원/엔시장 재도입’을 검토했으나 이후 글로벌 위기 이후 추진되지 못했다.
이처럼 원/엔 시장 부재에 따라 원/엔 거래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를 사고 팔고 이후 도쿄 등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크로스 거래와 헤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이 없고 시장활성화도 되지 않음에 따라 거래비용이 이중으로 들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은행간 시장에서도 1990년대 후반 원/엔 거래를 활성화하려고 도입했으나 성과가 없었고 2006년에도 검토는 했으나 도입하지 못했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엔/원 마켓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경우 FX마진거래가 원래 활성화가 돼 있고 이번 건도 큰 변화라기보다는 새로운 파생상품이 하나 더 나왔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정부와 정책당국은 일단 일본에서 원화 거래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엔 FX마진거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위기 이후에는 정부나 정책당국의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기 위한 정책대응이 부심했던 터여서 국내 외환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극히 제한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 개인들의 외환투자 관심 급증, 정부 시스템 정비 나서야
시장에서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현재 일본 내에서 자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이종통화거래가 많이 생기면 관심이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안에서 크로스 환율의 방향성을 주도할 논의가 부족했다”며 “원/엔 직거래 시장이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아 환율 주도권을 뺏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증권사와 선물사 등 중개사들은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원/엔 FX마진거래 중개업무는 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NDF랑 비슷하다고 보고 있는데 일본내 거래 활성화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며 "원/엔 시장이 열리면 어떨지 아직 모르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중개사들이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중개 업무를 맡지 않을 것을 자율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FX마진거래가 국민경제적 차원의 효과는 없고 자칫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만 키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FX마진트레이딩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 중개사를 통해서 엔/달러나 유로/달러 등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를 위주로 거래하고 있다.
문제는 FX마진 거래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에 이종통화 직거래 시장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필요한 정책대응이나 시스템 정비 등의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 외환 전문가는 “원/엔 직거래 등 이종통화 직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저축은행이니 뭐니 해서 금융당국이 신경을 못 쓰고 있다"며 "그렇지만 외환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FX마진거래를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의 FX마진 거래의 경우 시스템 자체적으로 문제가 많고 거래 대부분이 선물사 등 중개소를 거치지 않고 해외와 직접 거래하는 등 불법이 많다”며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크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