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김사헌 기자] 최근 스위스프랑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위스 프랑은 주요 선진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위기 때문에 그 안전 지위가 크게 돋보이고 있다. 최근 피로해진 달러화 마르크화(현재 유로화)의 대리인으로 일종의 안전도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 위험으로부터의 도피.
또한 스위스프랑의 강세는 갈 곳이 없는 국제유동성, 국제자본의 막연한 도피, 투기적인 자본 이동에 의한 것이어서 문제적이다. 그야말로 위험한 금융질서에서의 '자본도피', 따라서 이중도피의 결과물인 셈이다.
◆ 사상 최고치 경신
이번 주 들어 스위스프랑은 연거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심이 스위스 프랑을 향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스위스프랑은 그야말고 갑작스럽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잘나가는 유행같은 존재가 됐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으로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지난 2009년 초반부터 SNB는 지속적으로 스위스프랑 매도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강세를 억제하고자 했다.
지난 22일 유로/스위스프랑은 1.2448프랑을 기록, 장중 저점을 경신하며 6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4일 우리시각 오후 3시 현재 유로/스위스프랑은 1.2549프랑에 호가되며 소폭의 반등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사상 최저치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아일랜드로 확장된 유로존 경제 위기가 투자자들의 '안전 도피' 경향을 가속화하면서 유로화 매도와 스위스 프랑 매수세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 안전통화 지위 부각
결국 유럽에서 과거 독일 마르크화가 가지던 안전 도피처 역할이 스위스프랑이란 대리인으로 이동한 셈이다.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선임연구원은 "스위스는 안전에 대해선 역사적 상징성이 강한 곳"이라며 "투자자들이 자산 창구로 스위스를 애용하는 것도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스위스프랑을 비롯해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크로네화가 떠오르는 것도 이같은 현상의 일종"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채무위기에 북유럽 국가들과 독일 등 중북부 국가들의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매우 건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스위스프랑을 비롯한 북유럽 통화들은 '제 2의 마르크화'로 떠오르며 투자자들의 안전 추구 경향을 채워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의 한 관계자 역시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안전하다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며 "스위스의 개별적인 경제상황과 통화 정책보다는 스위스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과 현재 유로존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향후 유로존 문제 등이 개선된다면 스위스프랑이 특별히 강세가 될 여지가 없지만 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안전통화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 연구원 역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로안정기금 마련에 대한 구체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이같은 유로존 내 불협화음도 북유럽 통화에 힘을 싣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스위스프랑은 유로화에 대해 올해 들어서만 16% 가량 상승한 상황.
여기에 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와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까지 유로존 경제 위기가 확장된다면 북유럽 통화들의 강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안전도피만으로? 연준 QE 충격 피한 자본도피!
한편 스위스프랑의 강세 배경을 단순히 안전통화 지위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일면적인 것으로 보인다.
안전통화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큰 경제 규모와 시장의 깊이를 가져야 하는데, 스위스는 수출에 주로 의존하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4940억 달러 정도체 그치는 소규모 경제다. 미국의 3.4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또 최근 안전통화 강세는 국제 상품과 같은 위험자산의 강세와 함께 움직이고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여기에는 '위험 도피' 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변수가 있다.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규모 양적완화(QE) 정책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크게 찍어낸 달러화가 앞으로 시장에 급격히 유통될 경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따라 안전한 통화와 함께 금과 상품 등 '경화(hard currency)'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스위스프랑의 인기는 이 통화 자체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축통화를 보유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인 셈이다.
실제로 스위스는 막대한 자본유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08년 현재 500억 프랑 미만에 불과하던 스위스의 외환보유액이 올해 11월 현재 2120억 프랑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자금이 작은 규모인 스위스 경제로 투자된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결국 스위스로 날아든 돈은 자본도피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이에 따라 수출국인 스위스는 통화 가치 강세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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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