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송협/신상건 기자] “홍은 5구역과 같은 멀쩡한 지역을 허물고 재건축 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재임기간 중 절대 시행인가를 불허할 것 입니다”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지난달 1일 서대문구청장으로 당선된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 행보에 나서고 있는 문석진 구청장의 말이다.
지난 6일 문 구청장은 홍은5구역 재건축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개발대상 가구 중 40%에 육박하는 멀쩡한 건물들로 이뤄진 이 지역을 재건축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재건축 개발 사업의 부당성을 인정했다.
서대문구 홍은2동 227번지 일대(홍은5구역)은 대학교수들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거주하는 일명 ‘교수 촌’으로 지칭될 만큼 수려한 전원주택과 교통여건이 뛰어난 지역을 꼽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용하던 이 지역에서 때 아닌 재건축 분쟁이 벌어지면서 재건축 개발을 찬성하는 주민과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심화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재건축 지역으로 본격 지정된 홍은5구역은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면서 사실상 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 이지만 토지주 280명 가운데 89명(31%)이 조합인가 취소를 요구하며 주민간 설전이 난립하고 있다.
조합설립인가의 기본 조건은 현행법상 토지와 소유자의 3/4(75%)이상이 동의를 해야만 조합설립 요건이 갖춰져 관할 지자체로부터 인가 승인을 받을 수 있다.
◆ 조합원 23명의 조합설립 동의서 철회 인정 안된다?
홍은5구역은 지난 5월 31일 조합설립을 찬성하는 주민들(이하 조합원)이 조합설립 인가 신청서를 서대문구청에 제출했다. 그로부터 4일이 지난 6월 4일 전체 주민 289명 중 214명(76.4%)이 조합설립을 찬성한 것으로 판단한 서대문구청은 인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조합설립 동의서를 제출했던 주민 214명 중 23명이 신청서 제출 일주일전인 5월 23일 구청과 조합을 대상으로 동의를 철회한다는 철의서와 내용증명을 구청과 조합에 제출하며 조합설립 무효를 주장했다.
결국 전체 조합설립 찬성을 동의했던 214명(76.4%) 중 23명이 중도 철의를 하면서 찬성한 주민은 191명(68.2%)으로 75%의 승용요건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조합설립 동의를 철회한는 내용증명을 제출한 주민들은 재건축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홍은5구역 비상대책위 관계자는"조합설립인가를 요청하는 신청서 제출부터 승인까지 소요된 시간이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당초 조합설립 승인이 확정된 6월 4일 구청 담당직원과 통화할 때만 하더라도 검토중이라고 했지만 30분만에 조합인가를 승인하고 퇴근하는 작태를 보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또"무엇보다 6월 2일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신임 구청장에게는 조합설립인가 승인에 대한 보고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막중한 행정처리에 대해 구민과 신임 구청장을 기만했다"고 성토했다.
비상대책위측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적용 역시 지난해 6월에 변경된 법이 아닌 계획안이 가결된 시점인 2009년 2월 당시의 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상대책위 주민 김희천씨는"지난해 6월 도정법이 적용될 경우 철의서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서 가장 핵심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홍은5구역 지분쪼개기도 성행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요구하고 나선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 대다수는 100여평 이상의 넓은 전원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찬성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은 대부분 다가구 주택 등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당초 홍은2동 277번지 일대는 총 가구수가 160가구였지만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본격화 되면서 250가구로 늘어났다는게 반대 주민들의 전언이다.
비대위 관계자는"지분쪼개기가 얼마나 성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발사업 추진 이전 160가구에 불과했던 주택 등기 수가 어느날 갑자기 250가구로 늘어났다"면서"실제 인근에 위치한 1인 소유 다가구 주택을 여러명이 매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조합측은 재건축 사업을 위한 조합총회 및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비대위 주민들의 참여를 방해하거나 중대사안이 있을 경우 용역업체 직원들을 고용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조합측은 반대 주민들이 제출한 동의서 철회에 대한 공지조차 하지 않았고 건축면적, 전체연면적, 건폐율 등을 일방적으로 조정했다는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실제 조합측이 제시한 자료 중 2007년 10월 주민총회자료와 올해 2월 조합설립총회 자료를 비교한 결과 건축면적, 전체연면적, 건폐율, 주차대수, 아파트계약면적 등이 각각 43%, 8%, 45%, 22%,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익명성 민원, 구청에서 실명공개 논란
수십년간 터를 잡고 살아온 동네에서 주민간 개발 분쟁으로 가뜩이나 마음고생이 심한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문제는 구민 개인에 대한 익명성을 보장해야 하는 구청의 어이없는 실명 공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최근 구청 사이트를 통해 조합과 재개발 사업에 대해 궁금한 점을 익명으로 작성해서 올렸는데 조합장이 총회를 열때 마다 실명과 내용을 거론해 황당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어렵게 알아본 결과 익명의 내용을 구청직원이 조합장에게 정보를 건네줬다"면서"익명성을 보장해줘야 하는 공무원이 조합장에게 고자질 했다는 것에 대해 분노가 치밀었다"고 토로했다.
서대문구청은 이미 승인된 조합설립인가에 대해 번복할 수 없고 비대위가 제기한 소송의 결과를 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서대문구청 주택과 관계자는"당초 1,2차 조합설립인가 신청 당시에는 반대가 심해 반려했지만 3차에는 문제가 없어 조합설립인가를 승인했다"며"일단 조합설립인가가 확정되면 철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장의 시행 불허 발언과 관련"구청장이 좋은 주택들이 많은 이지역을 재개발 하기 아깝다는 생각에 한 말이지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논란의 도마위에 오른 홍은5구역은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입찰경쟁 결과 롯데건설이 수주, 향후 지상 20층 10개동 사업비 1400억원대 규모의 아파트 538가구를 건립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