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하릴없이 지켜봐야만 했는데, 이렇게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공매도 현황'을 살피면서 향후 주가흐름을 짚어볼 필요도 있다.
상반기 주도주였던 IT와 자동차주는 8월 들어 주도주 자리를 다른 업종에 내주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IT 가운데서도 LED관련주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지난 5일 JP모건의 '매도' 보고서가 나오면서 당일 주가가 9% 이상 급락했는데, 당일 공매도 금액이 일일 평균치를 4~5배가량 웃돌았다.
삼성전기의 5일 공매도 금액은 400억원, 6일은 800억원 가까이 된다. 3일 55억원, 4일 28억원에 비하면 10배를 넘는 규모다. 그 이전 공매도가 가장 많았던 날인 7월 23일(230억원)이나 8월 2일(200억원)과 비교해도 2~4배 이상이다.
LG이노텍도 마찬가지다. 많아야 100억원대였던 공매도 규모는 5일 150억원, 6일 300억원을 넘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두 종목의 최근 5일간 공매도 거래대금이 2043억원으로 동 기간 증시 전체 공매도 대금의 26.5%를 차지했다”며 “공매도 급증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오죽 팔고 싶으면 빌려서까지 팔까"… '외국인 전유물'
공매도란 글자 그대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으로, 외국인들이 주로 시행하는 매매기법이다.
김 연구원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 중에 펀드형식이 많은데 이런 경우 공매도는 통상 펀드의 포트폴리오 비중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매도를 하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라며 “주식을 너무 팔고 싶은데 보유한 주식이 없어 빌려와서까지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주가 하락을 예견하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를 한 뒤 다시 주가가 반등하는 시점에서 주식을 사들여 그 차이만큼 이익을 내는 기법이다.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 기관은 외국계 기관이나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고, 한국예탁결제원이 중계 역할을 하는데 계약기간은 보통 6개월이다.
흔히 알려져 있기로 주식 매매 결제일이 3일이라는 점을 이용해 일반 투자자들도 이 기간 안에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이다.
한국거래소 주식매매제도팀 정상호 과장은 “결제물량을 확보하지도 않고 주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공매도를 '네이키드 숏'이라고 하는데 그런 거래는 불법”이라며 “매도하는 물량의 결제가 확보돼 있는 ‘커버 숏세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개인들이 대차시장에 참여해서 주식을 빌리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공매도는 대부분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외국인 순매도와 일치"… 주가하락의 신호?
공매도 물량 급증은 주가 하락을 불러온다. 앞의 삼성전기나 LG이노텍도 그런 경우지만 공매도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김광현 연구원은 “공매도는 외국인 순매도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공매도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매도물량도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평균 추이를 보이던 공매도 거래량이 어느 날 갑자기 급증했다면 주가 하락의 신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까?
김 연구원은 “추세를 보면 공매도는 주가 고점을 확인하고 빠지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어느 한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됐다면 추가 하락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증권업계 한 간부는 “일반적으로 공매도 투자자들은 정보투자자 내지는 전문투자자”라며 “추정컨대 확실한 정보가 있지 않고서야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서까지 팔겠느냐”고 했다.
그는 “당연히 공매도 급증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매도 현황을 투자에 참고정도로만 활용해야지 전적으로 활용할 것은 못 된다는 지적이다.
김광현 연구원은 “공매도가 급증하고 주가 하락 뒤 그럼 언제 다시 주가가 오를 것이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며 “비유컨대 마치 오늘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내일은 무작정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6개월이라는 계약기간을 두고 여유롭게 공매도를 하는 기관들의 움직임을 쉬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공매도를 하는 주체를 투기세력으로 보고 반대매매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귀띔했다.
때로는 공매도 한 세력이 물량을 다시 확보하지 못하도록 반대세력이 '씨를 말려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숏 스키즈'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공매도를 단행한 쪽은 갚아야 할 주식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게 된다.
김광현 연구원은 “공매도는 대형주 위주로 많이 이뤄진다”며 “전체 공매도 비율보다는 종목별로 퍼센티지를 꼼꼼히 따져서 분석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