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가인하 압력? 문서로 남기지 않죠"
- "차부품업체, IT업계보다 고민 큰 듯"
[뉴스핌=홍승훈기자] 장면1 전자재료를 만드는 삼성전자 1차협력업체인 A사. 요즘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속을 태우고 있다. 삼성측에 납품가 조정을 요청해야 하는데 최근 정부의 압박으로 대기업들이 고심하는 상황에서 먼저 올려달라고 했다가는 (정부 믿고 날뛰는 기업이란) '괘씸죄'로 찍힐 수 있어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이 원자재 가격 변동을 납품가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는데 워낙 원자재값 변동성이 커 합리적으로 나올지, 회사에 어느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걱정스럽다.
장면2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현대차의 2차 협력사인 B사. 하반기 이익률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1차밴더에 단가인상을 약속하며 그 수혜가 B사까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요즘같은 분위기가 지나면 과거처럼 다시 단가인하 하려고 덤벼들 상황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재계가 대-중소기업 상생방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하청업체들의 밑바닥 민심은 의외로 냉랭했다.
"최근 서민이 어렵다고 하니 정부에서 좀 압박하는 모양인데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니고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겠냐"는 게 기자가 만나본 1~2차 협력업체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일회성으로 올 하반기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추후 후폭풍이 더 부담스럽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업종별로는 삼성이나 LG 외에도 해외 IT기업에 납품할 여지가 있는 IT부품업체들과는 달리 해외 완성차기업에 납품할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대기아차 중심으로 납품하는 차부품 협력업체들이 더 답답해 보였다.
◆문서로 남기지 않는 단가인하 압력
결산기가 되면 중소기업 재무 담당자들은 더 바빠진다. 정상적인 감사보고서 준비 때문만이 아니다. 순이익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고민 때문이다. 이익급증은 곧 단가인하 압력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에 재무 담당자들은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같은 현실을 공감한다.
뭐니 뭐니 해도 중소기업들의 최대 부담은 대기업 등 원청업체의 단가인하다. 사실 자본주의시장 아래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내려는 기업들을 뭐라할 건 전혀 없다. 때문에 이는 끊임없이 기업간 네고가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보단 대기업 구매부서의 횡포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납품업체들은 이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납품가 인하 압력은 그냥 문서로 주는 게 아닙니다. 뉘앙스죠. 담당자가 낮춰야하는 분위기라고 하면 낮춰야죠. 안그랬다간 물량 자체가 줄거나 거래가 끊길 수 있거든요. 또 전달하는 것도 구매담당자와 단 둘이 있을 때 조용히 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며 분위기를 전해왔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C사 구매부서 과장의 전언이다.
그나마 위로를 삼는 것은 중국이나 대만업체들에 비해선 국내 대기업들의 처우가 낫다는 것.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전자어음 결제방식이 현금결제로 바뀌었고, LG전자도 아직은 전자어음 결제방식이지만 기간이 3개월 미만으로 짧아졌다. 하지만 대만이나 중국업체의 경우 단가 후려치기와 대금 지연이 비일비재하다.
그는 "미국의 한 장비업체는 대만 IT기업에 납품하다 워낙 단가를 후려치고 1년여 걸리는 대금결제방식을 못견뎌 결국 문을 닫았다"며 "이에 비하면 삼성과 LG는 양반"이라고 위안 삼았다.
◆ 매출 느는데 이익 왜 그대로?
업종별로 단가인하 압력은 IT부품보다는 자동차부품업체들에게 더 민감했다.
현대차 2차 협력업체인 B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대금결제 방식은 꾸준히 개선돼 왔다. B사 역시 단가인하 압력이 가장 큰 딜레마이자 숙제이다.
구조는 이렇다. 현대차나 기아차가 1차 협력업체에 단가인하를 요구하면 그 부담의 반이 2차 협력업체로 떨어진다. 다만 2차 협력업체는 3차 협력업체들에게 그만큼 부담을 전가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익이 얼마 안나는 3차 협력업체의 경우 잘못하면 그 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결국 매출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익률은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기업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증권사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생 모드 속에서 하반기 단가인상이 예상되며 차부품업체들의 실적이 돌아설 것으로 판단되나 단기 모멘텀에 그칠 것"이라며 "IT는 소니, 모토로라 등 글로벌기업들이 있어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지만 차부품업체는 현대기아차 외에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납품할 기술력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