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 LH 가 출범 1년도 안돼 초심(初心)을 잃어가고 있다. 중대형 주택 공급을 중단하겠다던 당초의 공약을 깨고 중대형 주택은 물론 고급 주택의 상징인 타운하우스까지 잇따라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LH는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사항인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이에 따른 정치권의 정쟁 속에 지난 10월 출범했다.
출범 당시 이지송 LH사장은 경영방침으로 민간과 영역이 겹치는 택지개발과 신도시개발, 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축소를 선언했다.
특히 중대형 분양주택건설, 임대주택운영, PF사업, 집단에너지, 비축임대, 국유잡종재산관리 업무는 폐지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민간 업역 침범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탄생한 이유다. LH의 전신인 과거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조직의 비대화로 당초 설립목적과는 달리 업역을 확대했으며 이 같은 비대화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의해서야 겨우 제지될 수 있었다.
실제로 LH는 위례신도시 분양에서 중대형 아파트 분양은 모두 민간 주택건설사에서 맡긴다고 선언하며 약속을 실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LH는 최근 들어 웬만한 민간 건설사처럼 중대형 아파트를 잇따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공급된 마포구 신공덕동 '마포 펜트라우스' 주상복합이다. LH는 이곳에 전체 476가구중 263가구를 분양하면서 이중 103㎡ 38가구, 104㎡ 21가구, 115㎡ 84가구, 152㎡ 39가구 등 공급물량의 2/3를 중대형으로 공급했다.
이후에도 LH의 중대형 주택 공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같은 11월에는 안양시 관양지구 C1블록에 126~171㎡ 711가구를 분양했으며, 이달 이후에는 성남 여수지구와 도촌지구에서 각각 중대형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LH는 지난해 공사 출범 당시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안산 신길, 의왕 포일, 용인 서천, 인천 간석 등에서 중대형 주택을 분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출범 직후 위례신도시 분양에서는 중대형 주택 공급을 모두 민간 건설사에 맡긴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LH 출범의 이유인 서민주택과는 동떨어진 중대형주택을 직접 공급하고 있는 것은 중대형 아파트공급 재개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판교신도시에 타운하우스까지 분양해 LH의 설립 목적까지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LH는 지난달 판교신도시 내 연립주택 부지인 B5-1과 2블록에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월든힐스' 300가구를 공급했다.
최고 600대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전평형이 마감된 이 타운하우스는 전형적인 고급주택이다. LH는 월든힐스에 해외 유명 건축가의 설계를 적용, 고급화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하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당 1880만~201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LH가 연립주택 용지에 타운하우스를 짓는 것은 말 그대로 LH의 업역을 벗어났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며 타 타운하우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홍보한 것도 업계의 불만이 크다.
LH는 판교신도시 사업자인 만큼 공동주택용지 분양이란 절차가 없어 토지를 그만큼 낮은 가격에 받을 수 있다. 결국 사업시행자인 공기업이란 지위를 이용해 민간 업체들보다 분양가 경쟁력을 갖춰 민간 업체들의 '뒷통수를 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실제로 LH 중대형 주택의 분양가가 민간 업체에 비해 크게 낮은 것도 아니다. 월든힐스의 분양가는 인근 죽전택지지구 타운하우스 부지에 공급된 민간 건설사 분양 물량보다 10% 정도 더 낮은데 머물고 있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들의 죽전지구 타운하우스가 최근 25% 할인분양에 나서고 있음을 감안할 때 판교 월든힐스는 '최소한의 가격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분양한 주상복합 마포 펜트라우스도 마찬가지다. 3.3㎡당 2360만원 선의 분양가를 책정한 펜트라우스는 민간업체 공급물량보다 10% 낮은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미분양에 시달리다 최근 잔여가구를 3~8%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에 들어가 당초에 책정한 분양가가 거품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결국 업계에서는 또 다시 LH가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공기업이란 지위를 활용해 민간업계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주택 사업 중단을 선언한 LH가 기존 사업계획이 있다고 해도 중대형 물량을 계속 공급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해외 유명 건축가까지 초빙해 고급 타운하우스를 짓는 것은 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사업 영역 축소와 인력감축 등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조직 슬림화에 임해야되는 LH가 이를 피하기 위해 업역을 확대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