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 수주에 가장 공을 들여온 삼성물산이 시공사 입찰을 포기하면서 삼성물산이 군림하던 재건축 수주시장이 절대강자 없는 전국시대로 변하고있는 상황이다.
그간 재건축, 재개발 시장은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세 건설사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00년대 초중반 추진됐던 서울 5대 저밀도(도곡, 반포, 강동, 화곡, 청담)지구 재건축이나 과천, 광명, 부천, 안양, 수원 등 수도권 인기지역 재건축 시공권은 이들 세 업체가 유독 강세를 보였다. 이들 3개 업체 외에 GS건설과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이 나머지를 맡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중 국내 '부동산 1번지' 강남지역에서는 주택브랜드 1위 래미안의 주인인 삼성물산이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삼성물산은 재건축 조합원 분담금은 다소 높게 책정하지만 입주 이후 아파트 매매가 오름세에서 다른 브랜드를 웃도는 브랜드 고급성을 앞세워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의 높은 인기를 받아왔다.
삼성물산은 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2000년대 이후 발주해 현재까지 사업이 완료됐거나 아직 추진 중인 곳 중 주요 단지 43곳 중 19개 단지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우선 강남구에서 삼성물산은 34개 재건축 단지 중 14곳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저밀도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역삼동에서 14개 단지 중 6개를 가져갔으며, 개포동에서 개포시영과 개포주공2단지, 그리고 대치동 은마 등 굵직굵직한 재건축 아파트는 모두 쓸어담았다.
최근 시공권 획득에 실패한 강동구 둔촌주공이나 인근 송파구 가락시영까지 감안하면 국내 대규모 재건축은 모두 삼성물산이 관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남 재건축 시공권의 '삼성 쏠림현상'이 최근 들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북지역의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는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수주를 양분하는 등 과거 2000년대 초반 길음 뉴타운 6개 구역 중 3개구역을 차지했던 삼성물산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는 무엇보다 삼성물산과 대적할 수 있는 대형 브랜드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워크아웃의 상처를 씻고 재기에 성공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IMF이후 나란히 워크아웃에 들어가 재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삼성물산과 함께 국내 1, 2위를 다투는 대형건설사지만 워크아웃 전력으로 인해 재건축 수주 시장에서 삼성물산 등 세개 업체에 맞서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 실제로 재건축 수주전에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워크아웃 출신이라는 점은 상대 건설사의 좋은 공격 무기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최근 워크아웃 상처를 회복하고 업계 1, 2위에 복귀한 이들 두 대형사들이 재건축, 재개발 사업 수주전에 본격 뛰어들면서 삼성물산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최근 시공사 선정 중인 둔촌주공의 경우가 이 같은 판도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당초 2000년대 초반 이후 약 7~8년간 공을 들여온 삼성사업단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나중에 참여한 현대건설사업단이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하면서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아예 사업 수주를 포기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재건축 시장에서 무적으로 군림하던 삼성물산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택시장은 정비사업 외에 택지지구 등 자체사업도 활발했지만 이제 안정적인 주택사업은 정비사업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집중력이 높아진 것도 삼성물산의 독주를 막는 요인이 됐다"라며 "그간 정비사업에만 치중하는 등 주택사업 규모를 축소했던 삼성물산의 사업 전략도 자충수로 작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