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총재라는 새로운 직책과 오랜시간 유지해온 학자의 신분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듯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취임 1개월을 맞은 김 총재의 그간 행적을 되짚어 보면서 그를 재조명한다
지난 14일 국회업무보고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김중수 총재에게 총재 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중수 총재의 한때 별명인 '무조건 손들기'를 떠올리며 비둘기파로서의 소극적 한은총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김중수 총재에 대해 누구보다 소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본인의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지만 경제학자로써의 소신을 갖고 통화정책에 임할 것이란 전망도 따라 나온다.
지난 한달 그를 경험해 본 한은 내부에서도 역시 김중수 총재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 혹은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는 정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학자들 특유의 고집과 신념, 워크 홀릭이라 불리울 정도로 열성적인 태도가 시간을 두고 그를 총재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다.
김중수號는 총재의 '한은도 정부'라는 발언이 회자되며 순탄치 않은 출발을 보였다. 이 말은 친MB라는 꼬리표와 함께 김중수 총재 에 대한 평가를 대신했다.
그러나 김중수 총재는 이 발언으로 인해 국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음에도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한은은 큰 틀에서 정부"라 며 "행정부는 아니지만 정부가 아니라는 인식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발언이나 행보는 정부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 여러차례 확인됐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 -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하고 11개국의 중앙은행 총재 및 국제기구 수장을 면담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의 관건은 민간 자생력의 회복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히려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 유동성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겼는데 다시 한번 저금리로 이 사태를 수습 하고 있다"며 "위기를 잉태하고 가는 것"이라고 말해 출구로 한발 짝 다가서는 듯한 시각을 표현한 점은 금리인상 이슈를 재정부에 선점당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낳게 한다.
더욱이 G20의장국으로써 출구전략의 국제공조를 강조한 정부나 청와대, 김중수 총재와 달리 G20회의 참석자들은 오히려 "국가별 상황에 맞게 출구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 실질적으 로 출구전략 공조를 폐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코드맞추기를 했든, 기본적인 생각이 그러하든 '선제적 금리조정'을 통해 장기적 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할 한은이 여타 힘있는 경제부처들의 눈치만 보다 뒷북을 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기까지 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김총재의 시각도 시장 안팎에서 해석이 엇갈린다.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은 총재라면 가계부채가 경제에 장기적으로 미칠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태 전한은총재 역시 가계부채에 대해 당장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 아니었다. 소득대비 가계부채가 과도한 수준임을 인정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는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중수 총재는 가계부채가 현재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인은 아니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물론 한은 내부에서도 "총재라기 보다 학자로서의 판단이 아닌가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의 생각이 분명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생각이라면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한은은 정부처럼 단기적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눈앞의 현안·금리정책·부채 문제 등에 대해 김총재의 의중이나 접근법, 해결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 판단이다. 매파인가, 비둘기파인가. 김 총재의 의중이 표면화될 때 한은은 또 다른 모습으로 시장에 다가설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