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공사가 마무리돼 오는 20일부터 시험가동에 들어가는 한국기업연합관을 두고 한 말이다.
상하이 푸서지역 황포강변 3000㎡ 부지에 '녹색 도시, 녹색 삶(Green City, Green Life)'을 주제로 총 300억원의 비용이 투입돼 건설된 한국기업연합관은 차별화된 외관, 조설기를 이용한 눈 내리는 풍경 연출 이벤트등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상하이 엑스포의 명물로 자리잡겠다는 각오다. 엑스포 사상 기업연합관을 구성해 참가한 것은 처음인데다, 이번 엑스포에서 외국기업 연합관을 구성한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등 두 나라뿐이라는 점도 이번 기업연합관이 갖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기업연합관 건립이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에서 시작된 기업연합관 건립은 마침내 상하이엑스포 개막을 10여일 앞두고 여러 전시관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군계일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길고길었던 탄생 비화를 사자성어로 정리해 본다.
1. 五里霧中(오리무중, 깊은 안개 속에 들어서게 되면 동서남북도 가리지 못하고 길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무슨 일에 대하여 알 길이 없음을 일컫는 말.)
상하이엑스포 조직위원회는 2008년 하반기부터 우리 기업들에게 여러 차례 엑스포 참가를 권유했으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때 마침 불거진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세계 금융위기로 번지면서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던 때였다. 일부 기업은 엑스포에 뒤이어 열리는 11월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사정이 이랬으니 우리 기업들이 쉽게 응할 리 없었다.
2. 明見萬里(명경만리, 만 리 앞을 내다본다는 뜻으로, 관찰력이나 판단력이 매우 정확하고 뛰어남을 이르는 말.)
하지만 무역협회의 생각은 달랐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상하이 엑스포에 참가하는 것이 가깝게는 중국 내수시장을 본격 공략할 배경을 만들어주고, 멀게는 중국 나아가 전 세계에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미래 산업비전을 제시할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 양강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과의 관계도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2012년 5월, 여수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에 중국기업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우리 기업의 참가는 필요했다.
3. 至誠感天(지성감천, 지극한 정성에는 하늘도 감동한다라는 뜻으로, 무엇이든 정성껏 하면 하늘이 움직여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뜻.)
무역협회가 중심이 되어 엑스포 참가를 추진키로 했지만, 여건은 결코 좋지 않았다. 엑스포 조직위원회가 기업관 부지 배정을 이미 완료한 상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협회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부지의 추가 배정은 없다’던 조직위의 입장을 ‘한국기업을 위해 부지를 마련해주겠다’는 쪽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4. 周到綿密(주도면밀, 주의가 두루 미쳐 자세하고 빈틈이 없음.)
이제는 우리 내부의 분위기 조성과 기업 설득에 나설 차례였다. 일단 2009년 4월 무역진흥확대회의에서 대통령에게 한국기업의 엑스포 참가 필요성을 보고했다. 이어 지식경제부와 함께 기업 설득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도 줄이고 참가 목적도 달성하는 방법으로 연합관 형태의 참가를 제시, 기업들의 참여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5. 一瀉千里(일사천리, 어떤 일이 거침없이 진행됨 또는 말이나 글이 조금도 거침이 없음을 이르는 말.)
일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2009년 4월 24일, 무역협회장과 지식경제부장관이 공동 위원장을 맡는 ‘상하이엑스포 민-관 합동지원단’이 출범했다. 기업연합관 및 국가관의 조성과 운영, 엑스포 조직위와의 업무 협조, 대외 홍보 등 원활한 참가를 위한 실무작업이 시작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상하이 엑스포 조직위에 참가 의향서를 제출했고, 6월에는 조직위와 한국기업연합관 참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6. 歡呼雀躍(환호작약, 기뻐서 크게 소리를 치며 날뜀.)
2009년 7월, 한국기업연합관을 건설·운영할 시행사를 선정한 데 이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9월 18일, 상하이 엑스포 부지 D구역에서 드디어 연합관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이 자리에는 지경부 장관을 비롯해 상하이 엑스포조직위 사무국장 등 한-중 양측의 고위 관계자와 기업 대표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7. 日就月將(일취월장, 날마다 달마다 성장하고 발전함.)
한국기업연합관은 작년 10월 12일 건축공사를, 올해 2월 8일 전시영상 장치 공사를 시작했으며, 4월 20일 시연회와 5월 1일 개관 일정에 맞춰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다른 국가관이나 기업관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지만 무역협회의 독려와 참가기업들의 협조 속에 한국기업연합관의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8. 群鷄一鶴(군계일학, 무리 지어 있는 닭 가운데 있는 한 마리의 학이라는 뜻으로 여러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있는 뛰어난 한 사람을 이르는 말.)
다음달 1일 엑스포 개막일에 맞춰 모습을 드러낼 한국기업연합관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춤사위와 상모돌리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업-사람, 도시-자연을 엮어주는 물결이 건물 전체를 역동적이며 유연하게 휘감는 형상으로, 시간대별로 다양한 빛을 연출함으로써 엑스포를 찾은 전 세계 관람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