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소식과는 반대되는 행보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메모리 가격 강세를 보다 오래 지속시켜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 사장은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 자리에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이닉스 관계자도 이에 대해 "올해 차입금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최우선 목표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가진 취임기념 기자간담회 발언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권 사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 순이익) 4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생산시설 확충, 연구개발 등 투자에 들어갈 것"이라며 "또 3분의 1정도는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해 올해 1조원 가량의 차입금 감축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권 사장은 업황 호조에 따른 추가 투자 여부에 대해 "반도체 시장이 고객 수요의 60% 정도만 소화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공급부족이 지속된다면 채권단과 상의해 올해 투자 규모로 잡은 2조3000억원을 상향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중 그 어느쪽으로도 중심추가 기울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바뀐 것.
업계에서는 이같은 변화를 두고 재무통 출신인 권 사장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조만간 추가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공격적 투자와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관련업계에선 하이닉스의 보수적 투자가 오히려 업황 활황으로 인한 공급부족 상황을 지속시켜 하이닉스에 득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급부족 상황이 오래되면 메모리 가격 강세 현상 역시 그만큼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하이닉스로서는 투자대신 재무구조 개선에 무게를 둠으로써 차입금도 낮추고 실적도 확대하는 일거양득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맞물려 공격적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경우 애초 올해 예정된 투자금액인 5조 5000억원을 훨씬 뛰어넘어 10조원에 가까운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B투자증권의 서주일 애널리스트는 "보통 과열국면에선 EBITDA의 60~70% 정도는 투자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라며 "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많게는 EBITDA가 5조~6조원 정도까지 예상되는데 애초 목표대로 2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보수적 투자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이어 "하이닉스 외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M/S)을 빼앗을 수 있는 업체는 현재로선 없다"며 "메모리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가격 강세 및 실적 확대 모멘텀이 연장된다는 측면에서 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투자를 늦춰 M/S를 뺏길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무쪽에 오래 몸담은 권 사장의 입장에서는 삼성을 따라가는 투자를 계속하기보다는 캐시 역량을 쌓아놓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결국 연결기준 7조원 정도의 차입금을 안고 있는 하이닉스로선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 흐름에 동조하지 않음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4조원 이하까지 차입금 규모를 낮출 계획을 갖고 있는 하이닉스로서는 투자 속도를 늦춰 메모리 가격 강세를 이끔으로써 실적을 챙기고, 여윳돈으로 차입금도 최대한 감축하는 호기를 맞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