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시장은 거대한, 금융시스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리먼 사태 분석 보고서가 알려주듯이 오용에 노출된 곳이라는 점이 이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드러난 RP시장의 위기 유발 나아가 위기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시장에 대한 글로벌한 차원의 개혁이 시급한 대목이다.
◆ 불투명한 RP시장, 개혁 필요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누구도 RP시장의 기능 작용에 대해 분석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또다른 리먼 사태가 충분히 무르익기 전에 금융시장, 투자자 혹은 당국이 이 문제를 제 때 파악할 수 있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RP는 본질적으로 단기대출이다. 은행이 자산을 매각하면서 하루 혹은 며칠 후 되사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대형은행들은 이 시장을 통해서 단기자금을 조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 시장을 통해 위기 대응책으로 쏟아부었던 과잉 유동성을 회수할 방침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최근에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RP시장이란게 생각보다 매우 불투명한 곳이다. 시장에서 누가 활발하게 참여하는지, 이용되는 자산의 질은 어느 정도이고 '헤어컷(haircut)'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해 심지어 시장 참가자들조차 단언하기 힘들다. 이 시장의 규모조차 불확실한데, 미국 예일경영대학원의 재무담당 교수인 개리 고튼에 따르면 약 12조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리먼브러더스에 대한 법원 보고서에서 이 RP시장이 자산가치를 숨기고 차입비율이 높지 않은 것처럼 사기치는데 사용되었음이 확인됐다. 심지어 리먼은 RP에 이용할 수 없는, 가치 산정도 어려운 자산을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WSJ는 리먼이 우선 자체적인 강점을 통해 이런 조작도 가능했을 것이기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시장에서 이 같은 사기행각이 가능한 길이 열려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바로 은행들이 이 시장에서 위험감수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며, 위험을 무릅쓰고 며칠간 단기 현금을 교환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시장이 굴러가도록 되어 있어 일종의 구조화금융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조화 금융은 금융위기 발생시에 좌초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경험했다.
앞서 고튼 교수는 RP시장은 은행들이 위기 발생시 롤오버(연장)를 거부하거나 큰 폭의 헤어컷을 요구하는 식으로 위기를 심화하는 경로가 되었다면서, 이 같은 시스템은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는 해도 충격이 발생하여 거래상대방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 주기적으로 패닉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RP시장에서 누가 거래하고 있고 또 어떤 질의 증권이 어떤 가격으로 오가는지 모른다면, 리먼 사태와 마찬가지로 어떤 은행이 위험한지 뒤늦게 발견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WSJ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또한 "리먼 보고서 이전부터 이런 방향으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3자 RP시장', 즉 가운데 청산은행이나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제3의 기관을 삽입하는 개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거래의 투명성과 보고의무 및 감시 기능 강화 등을 권고하고 있다.
◆ 리먼, 이른바 '포럼쇼핑'에 의존.. 글로벌 차원 대응 필요
한편 뉴욕타임스는 같은 날 기사를 통해 리먼이 규제 상의 간극을 이용하는 이른바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을 통해 RP 거래 조작이 가능했다고 폭로했다.
미국법으로는 자신들의 RP 거래 조작이 안 되니까 영국 자회사를 통해 영국 법률 시스템 하에서 RP거래를 매출로 기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회계기준이 리먼으로 하여금 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장부에서 숨길 수 있도록 그 다음 일을 수행했다.
미국 회계기준이 아니라 국제회계 기준에서라면 이 같은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리먼의 또다른 규제 간극 활용은 '레포 105'를 영국에 파킹하는 과정에서 등장한다. 미국 법률과 회계기준을 적용한다면 이 자산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며, 또한 대서양을 건넜다고 해도 국제 회계기준을 결합했더라도 그런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리먼은 영국 법률과 미국 회계기준을 결합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이는 엄청난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가와 높디 높은 보수를 받는 법률자문 및 회계사의 비용을 치르고서야 가능햇다.
이 같은 '포럼 쇼핑'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만 '똑똑한 은행'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금융규제 개혁이 일국이 아니라 글로벌한 차원에서 필요한 점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