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투자? 책임경영이 먼저!'
[뉴스핌=박민선 기자] 펀드매니저들의 잦은 이동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수시로 교체돼 안정적인 자산운용이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은 불안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때'만 되면 펀드매니저들을 '철새'에 비유하며 질책을 쏟아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것이 비단 성과에 따른 보수를 찾아 이동하는 매너지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운용사들의 구조 자체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각 운용사들의 CEO가 수시로 변경되는 '원인'이 있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의 이동은 일종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뉴스핌이 순자산 규모 10위권의 자산운용사들의 2000년 이후 CEO변경내역을 조사해본 결과 대형운용사들도 대부분 2년 안팎의 임기를 평균으로 수시변경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균 임기가 규정돼 있는 증권사와는 달리 대부분의 운용사에는 특별히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어 언제든 임의적 변경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 CEO와 펀드매니저의 상관관계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CEO가 거쳐간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었다.
한투운용은 지난 2000년 6월부터 8월까지 두달간 재임했던 오성근 전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조영제, 유병득, 권성철, 김범석 사장을 거쳐 현재 정찬형 사장까지 총 6명의 CEO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정찬형 사장은 지난 2007년 8월 김범석 현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이동한 케이스로 한투운용 역대 사장 중 가장 오랜 기간(2년7개월) 재임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정 사장을 제외할 경우 총 5명의 사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5개월에 불과한 수준.
또 하이투자자산운용도 2001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5명의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장길훈 전 사람과 유승록 현 사장을 제외하고는 하이투자증권 출신의 임원으로 계열사에 따른 인사이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러한 계열사 인사에 따른 이동의 대표적인 예가 삼성투자신탁운용이다.
삼성투신운용은 2001년 6월 삼성생명 출신의 배호원 사장이 부임한 뒤 황태선, 강재영, 김석 사장까지 총 4명이 대표직을 거쳐갔다. 이들은 삼성증권, 삼성화재는 물론 삼성전자 출신(강재영 사장)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삼성투신의 경우 따로 임기는 없으면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인사에 따라 CEO가 변경된다"며 "시스템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CEO교체가 회사의 방침 등에 주는 영향은 특별히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PCA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10년간 4번의 CEO 교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와 반대로 '장기집권체제'를 자랑하는 운용사들도 있었다.
지난 99년 9월 창립 이후 단 한차례도 대표이사 변경이 없는 KTB는 장인환 사장 체계로 11년째 유지되고 있어 10개사 중 단연 최장 집권을 유지 중이었다.
장 사장은 자산운용업계에서도 1세대로 꼽히는 인물로 10년전 '바이코리아펀드'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이기도 하다. KTB가 치열한 운용업계에서 강자로 자리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장 사장 체제 아래에서 책임투자를 전면에 내세운 데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에도 설립 초기 최현만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2년 가량을 제외하고는 99년 이후 구재상 사장 체제로 10년 이상을 유지해온 케이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직책이 마찬가지이듯 새로 부임한 책임자는 조속한 시일내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싶어하고 이는 곧 하위조직의 빠른 순환을 야기시킨다"며 "정기적인 임기조차 없는 운용업계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이동만을 비난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