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금통위에 대한 부담은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지난 1월에는 기획재정부 허경욱 차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가 되레 '혹시나' 하는 맘을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달에는 지난 4/4분기 GDP와 1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확인된 국내 경기 회복속도의 둔화, 중국의 긴축, 주가의 급락, 유로존의 재정위기 등 대내외 환경이 금리동결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의 발언이 '공세적'(hawkish)일 가능성마저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이 이뤄질 경우 상반기중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측면에서 금통위 이후 채권시장의 강세를 점치는 모습이다.
이성태 총재의 임기가 다음달로 다가온 것을 고려하면 임기중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기획재정부 허경욱 차관은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를 정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금통위에 계속 참석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기획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은 전날 윤증현 장관 취임 1주년 출입기자 다과회에서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를 제도화시키려고 하므로 당분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주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모레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허 차관은 "열석발언권을 통해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고민을 설명드리고 싶다"며 "너무 과도한 확대해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 금통위에서 무슨 말을 할지는 "아직 고민중"이라고 에둘렀다.
◆ 금리동결, 코멘트는?
시장참가자들의 경우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고 자산버블이나 인플레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당위적 차원'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한 지는 꽤 됐지만 금리인상을 점치는 시각은 거의 없다.
부동산 등 자산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경기회복의 지속 등이 금리인상 주장의 주요 근거가 됐지만 이들이 한풀 꺾이면서 금리인상론에 힘이 빠진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물론 금리인상 전망이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1%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시장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일 발표한 '2월 채권시장지표(체감지표, 자금집중도지표, 스프레드지표) 동향'에 따르면 87.7%의 채권전문가들이 금리동결에 표를 던졌다.
바꿔 말하면 100명중 12명은 금리인상을 점친다는 얘기다. 지난 1월 90%를 훌쩍 넘었던 금리동결 비중이 90%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긴장감이 떨어진 지 오래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접적으로 금리인상 불가론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데다 고용부진, 4분기 GDP 예상 치 하회, 선행지수 고점 임박 등 경기 회복속도의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루 이틀사이에 불거진 문제는 아니지만, 유로존의 재정위기 등 대외불안이 재차 강조되는 점도 부담이다. 또 OECD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섰던 호주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달초 금리를 동결한 것은 단순한 금리동결 그 이상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긴축은 '우리도 긴축의 필요성이 있다'기보다 '그로 인해 세계의 경기회복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힘을 실어준다. 세계 여러나라들의 출구전략은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한국입장에서는 오히려 금리인상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8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이 "현재 경제상황 인식에 대한 공유와 정책공조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 역시 2월 금통위에 대한 경계심을 다시 한번 느슨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이성태 총재의 코멘트 리스크는 여전하다. 1월 수준의 다소 평이한 얘기가 나올지, 아니면 금리인상 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강조하며 다음달에라도 금리인상이 가능함을 강조할지 확신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금통위가 발표하는 "통화정책방향"의 문구 중에서 마지막 한줄에 있던 '당분간'이라는 단어라도 빠진다면 시장이 출렁거릴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쯤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행동을 보고 판단하라"는 이성태 총재의 말이다. 이 말의 진위가 무엇일지는 일단 '살얼음을 걷듯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 채권시장, 호시절 오나?
하지만 이성태 총재 등 금통위 회의에서 공격적인 발언이 이어지더라도 시장금리는 하향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격적인 발언이 나올 경우 금통위 당일은 채권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겠지만, 대외 여건이나 수급, 기술적 요인 등이 금리 하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박스권이 한단계 내려오는 수준의 강세가 전망될 뿐 큰 흐름이 기울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에 불안요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며, 물가도 원자재 가격 등 공급쪽 요인이든 한파나 설에 따른 계절적 요인이든 상승압력을 보이며 3%대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금통위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온다고 해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한 달의 시간은 벌게 되는 것"이라면서 "금리상승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단 만기가 한 달 남은 국채선물의 저평이 20틱 수준인 데다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외국인의 신흥국 자산에 대한 청산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국고채 입찰에서도 채권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며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국 돈을 못번다는 얘기여서 북을 비우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미국 연준의 자산매각 소식 등을 감안하면 이성태 총재가 출구전략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만약 금리동결에 별다른 얘기가 없다면 시장은 3년 기준으로 4%대 초반까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의 신동수 애널리스트도 "금통위에서 어떤 발언이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은 변할 것"이라면서도 "금리는 전반적으로 소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다음달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등 이성태 총재의 발언이 공세적이라고 할지라도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만일 상당기간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할 경우 국고채 3년물의 경우 강력한 벽으로 작용했던 4.20%를 뚫고 내려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의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역시 "금통위 이후 채권시장이 강해질 것"이라면서 "만일 이 총재의 공격적인 발언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이는 오히려 매수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투신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금통위 이후 금리강세가 점쳐진 경우 금리는 미리 내리고 직후 약세를 보였다"며 "항상 시장의 예상이 어긋났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재의 흐름이 금리가 본격 인상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방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