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비해 훨씬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도 급격한 재정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유럽 주요국들의 재정 위기로 인한 국가 디폴트 사태 우려가 급격히 번지면서 유로화가 폭락세를 나타냈다. 유로화는 1% 이상 급락하며 달러화 대비 8개월래 최저치인 1.3727달러 대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3% 폭락세를 보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주요 블루칩 주식들도 5%~6%대 폭락하면서 유럽지역 대기업 주식들로 구성된 유로퍼스트 600지수 역시 2.7%나 급락했다.
◆ 유로존 경제 균열 양상.. 존재 의미 '의문'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빚어진 유럽 재정 위기 사태는 성장 동력이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 상황인 그리스나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의 나라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들 국가는 유로존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싼 비용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차입이 늘어나면서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따라서 시장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12%가 넘어서고 있는 과도한 재정 적자 규모를 어떻게 축소할 것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은 유로존 국가들은 이미 유로존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은 통화는 공통으로 사용하지만 통화정책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따라서 정책적 균열은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리스와 같은 소규모 경제 국가들의 경우 이때문에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이나 IMF 등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존 각국의 재정 건전도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거래업체인 나이트 리베르타스의 브라이언 옐빙튼 스트래티지스트는 "과거 1년 전 만해도 모든 나라들이 다르지 않은 처지인 것으로 보였다"라며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그리스 국채가 포르투갈 국채보다 얼마나 위험도의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싶어 한다"고 말했다.
◆ 스페인까지 삼킬 태세.. 금융시장 '급변'
유로존의 고위 정책당국자들은 그리스 정부에 강력한 재정 개선노력을 취해 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 문제는 주초반 유럽연합 정책위원회가 그리스 예산안을 승인하면서 일시 잠잠해 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재정 적자에 따른 위기감이 스페인에게도 번지고 있다. 그리스는 유로존 GDP의 2.5%에 불과한 국가다.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경제 규모가 훨씬 커서 자칫 재정 위기에 빠질 경우 구제금융 지원만으로 해결이 힘들 수도 있다.
유로화도 급락세다.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로화는 지난 12월 1.51달러 수준에서 불과 두달 남짓 동안에 1.37달러대 초반까지 10%대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가치 하락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수출경제들에게는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됐지만, 유로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전일 글로벌 금융 시장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번지며 크게 흔들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채 가격은 급락했고 이들 국채의 파산시 보상을 해주는 파산보험료 성격인 신용부도스왑(CDS) 가격은 급등했다.
그리스 국채 CDS는 사상최고치인 1000달러당 42.9달러를 넘어섰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CDS도 마찬가지의 가파른 상승세를보였다.
◆ 유로존 은행·기업도 위기 직면 가능성
재정 적자 문제는 유럽 주요 기업들, 특히 은행권의 차입 비용에도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양호한 것으로 나와 있는 유럽 주요 은행권도 타격을 입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계 은행들의 경우는 물론이고 영국의 바클레이스나 독일 도이체방크까지도 CDS 프리미엄이 급등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이미 그리스와 같이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는 국가들이 과도하게 세율을 올리거나 무리한 긴축 조치등을 단행해 현지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은 그동안 유럽 주요국의 국채의 매수세력이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내다팔고 대신 이들 국가의 CDS를 사들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과 함께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사실상 위기가 다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 상황에서 각국 정부들은 과도한 긴축 방안을 도입하면서 현지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