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지난해 쌍용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231억원 이행보증금을 날렸던 동국제강(회장 장세주)이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를 표명한 것과 관련 정작 업계와 증시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국제강은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7일 있었던 철강업계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아직 (산업은행 측에서)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바 없지만 합리적 조건에 제안이 온다면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곱지않은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동국제강은 이달 처음으로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이 아니다.
동국제강이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됐던 중동계 사모펀드 자베즈가 대우건설 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이번 주 또 다시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장 회장이 밝힌 그대로 아직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사실은 없는 상태에서도 이미 인수가 에누리를 시작했다.
장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가로 예상되는 주당 1만8000원은 현재 주가 1만2000~1만3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50% 계산한 것이지만 가격이 너무 높다"며 "금호그룹과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가격 흥정을 개시한 상황이다.
동국제강의 건설사 인수 의지는 뚜렷하다. 동국제강은 앞서 2008년 7월 쌍용건설 인수과정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이번 산업은행의 SI 참여 제안에 있어서도 포스코와 함께 꾸준히 거론돼오고 있다.
이 같은 건설사를 인수하려는 이유에 대해 동국제강은 故 장경호 창업주의 3세인 장세주 회장이 경영에 나서면서 그간 철강, 물류 IT등 3대축으로 유지돼오던 그룹의 업역을 다각화하고 주력부문인 철강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건설업을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장세주 회장의 친동생인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과의 그룹 분리를 위해서라는 것이 그 것. 동국제강그룹은 장세주 회장이 경영총괄, 대외협력을 담당하며 장세욱 부사장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의 수립과 실행 역할을 하는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동생과의 그룹분리를 위해 형인 장세주 회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적당한 매물을 찾고 있다는 해석이다.
◆ 동국제강, 2009년 쌍용건설 인수 나섰다 본전도 못건져...
형제간의 그룹분리를 위해 섣부른 의욕만 앞세우다 보니 동국제강의 M&A 기법도 허술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쌍용건설 인수전에서 동국제강은 M&A의 '가상 적'인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을 누르기 위해 주당 2만원도 넘지 못하고 있는 쌍용건설 인수가를 주당 3만1000원에 '배팅'했다가 결국 자금 조달과 회사 경영 부담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려 231억원의 이행보증금만 날리며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설상가상 동국제강은 이 과정에서도 본계약을 4차례나 연기하고 1년 더 연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다가 결국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등 8개 기관에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벌이는 웃지못할 헤프닝까지 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으로 인해 초기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기업들이 대거 물러난 상황에서도 동국제강이 주당 1만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인수가격을 써내고 결국 이행보증금을 찾기 위해 소송까지 벌인 일은 해프닝 가깝다"며 "별다른 준비 없이 인수전에 뛰어든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선대 장상태 회장 시절 M&A로 재미를 봤던 동국제강은 세주-세욱 형제의 경영이 시작된 후 M&A 성적표는 참담하다는 평을 받는다. 동국제강이 인수를 시도해 오던 범양상선은 STX그룹으로,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동국제강의 대우건설 인수를 바라보는 시각도 우려가 더 많은 상황이다. 시가 총액의 2배가 넘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동국제강의 모습이 불안한 것이다.
한편, 이날 동국제강의 대우건설 인수설과 관련 증시의 반응도 싸늘하다. 장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 언급이 직후인 8일 증시에서 동국제강은 전일보다 900원이 하락되며 장을 마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SI로 참가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쌍용건설 인수전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