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의 기본을 이루는 '기준금리의 동결'을 확신하면서도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매의 날카로움'을 다시 드러낼지 '비둘기의 온화함'을 유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성태 총재의 발언이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해석돼 왔음을 고려할 때, 지난 10월과 11월 수준의 온건한 발언이 나오지 않는다면 웬만해서는 호재로 받아들여 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보답이 주어질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으로 지난달 수준의 발언이 이어질 것으로 다소간 여유를 갖는 분위기도 보인다.
그렇지만 금융위원회 진동수 위원장이 '한은법 개정 반대' 발언에 이어 이날 금통위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금통위 일주일전 정책당국의 발언 자제'라는 기관간 에티켓을 다시 깨자 한은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날 진동수 위원장은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오찬 간담회에서 “실물경제에 대내외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당분간 통화ㆍ재정 완화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이 비교적 조용하게 지내는 것과 달리, 진동수 위원장이 잇따라 한은에 대해 '반대 및 강성'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 '뭔가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듯한 인상이라는 '괜한' 추측도 내놓고 있다.
◆ 금통위 태도: 기준금리는 "동결", 이성태 총재 멘트는 "글쎄?"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관 련 종사자 153개 기관, 2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8일 발표한 채 권시장 체감지표(BMSI)에서도 채권시장참가자의 98.6%가 이달 기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이런 전망을 하는 배경으로는 ▲ 중기 물가안정목표의 확대 ▲ 환율하락 ▲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 ▲ 두바이 채무유예(Moratorium) 선언 사태 ▲ 그리스의 신용등급 강등 등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제회복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나 그리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경제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성태 총재의 '온건한'(dovish) 발언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적으로는 지난 10월 광공업생산이, 조업일수 감소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긴 했지만, 둔화 양상을 보여 경제회복에 대한 경계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 총재는 지난달 재정지출 공백을 통화정책으로 이어나갈 부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총재가 두달만에 '갑자기' 경기판단에 대한 입장(Stance)를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지난 10월 금리인상 기대가 실현되지 않으면서 '실망한' 시장 세력이 있고, 최소한 '오락가락하지는 않지만, 뭔가 힘이 빠진 듯'한 점을 수긍하면서도, 그래도 '예측가능한 통화정책을 펴고자' 하는 이 총재의 지론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흩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이번에 스탠스를 바꾸면 그건 정말 안되는 일 같다"며 "두바이 문제가 붉어지고 동유럽·그리스 등 잠재 불안을 확인한 데다 물가가 안정적이라 스탠스를 바꿀만한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한 보답으로 정부의 '출구전략 시기상조'라는 기본 입장 에 호응해 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물론 이런 시각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등 최종 통과를 위해 어쩔수 없을 것이라는 다소 음모론적인 해석이어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원론적으로 얘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은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때까진 정부에 호응할 것"이라며 "두바이 사태가 나오면서 얘기할 꺼리가 충분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연히 국내 경기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4분기 GDP성장률이 3.2%로 속보치보다도 상향 조정됐고, KDI는 내년도 경제성장전망치를 5.5%까지도 높여놨다.
전날 IMF도 OECD의 4.4%보다 높은 4.5%를 제시하면서, "민간 소비가 견실하게 지속될 경우 확장적 통화정책을 철회할 것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연례협의 성명을 공식 밝혔고, IMF 한국담당 과장은 "당장은 아니지만, 금리인상을 준비할 때"라는 견해도 피력했다.
또 지난달까지도 불안했던 미국 등 금융선진국의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기 불확실성의 강도가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바이나 그리스 등은 유럽의 변방국가에 불과한 데다 관련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만일 이성태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올 한 해를 반추하며 빠른 회복이 이어졌음을 강조한다면 이는 '강경한 발언'(hawkish)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여기에 시장의 일방적인 흐름을 견제하기 위한 경계성 멘트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3월말까지 총재 임기가 석달 앞으로 다가온 이 총재의 속내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향후 시장은 여전히 '오리무중', 연말 맥없는 장이 될 가능성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작 실제 이성태 총재의 발언보다 이를 해석하는 시장의 태도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원론적인 발언을 해왔던 이 총재지만 시장의 해석은 항상 넘쳤던 것을 떠올린다면 그 방향을 가늠하기는 더 어렵다.
더욱이 시장참가자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내년 경기전망에 대한 힌트를 찾으려고 애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총재의 멘트에 다양한 의미가 부여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무엇보다도 경기상황에 직결되는 만큼 한은이 내년 경기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시장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의 오창섭 애널리스트는 "내년도 경기전망 이야기가 어느 정도 주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한은의 판단 여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지난달 금통위 이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멀어졌음은 물론 앞으로 상당기간 현재 연 2.00%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 채권 매수에 나선 모습이었다.
실제로 지난 금통위 전날인 11월 11일 국고 3년 최종수익률은 4.42%에 달했지만 이달 금통위를 하루 앞둔 9일 오전장 마감기준 4.15%까지 내려 앉았다.
즉, 이미 이번달 금통위마저도 시장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금통위에서 특별히 채권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발언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이미 이 부분이 반영된 데다 연말 북클로징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강세로 흐르기보다는 중립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중립적인 발언마저도 시장에서는 강경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강경한 발언이 나올 경우 더 크게 반응할 가능성 높다는 견해도 나온다.
외국계 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객관적 상황은 분명 지난달보다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라면서도 "시장에서 어떻게 이해될지는 좀더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과 11월 온건한 발언이 이어진 탓에 시장은 또다시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이라며 "그와 같은 정도의 발언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강경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마냥 우호적인 금통위가 될 것이란 관성에 젖어 있는 듯하다"며 "10월과 11월에 우호적이었기 때문 에 12월에도 지속되리란 의견이 많지만 조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