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은 유럽 증시도 매 한가지다. 투자자들은 지난 3월 저점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유럽 증시가 다수의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우려의 시선이 만만치 않다.
이번 주 월요일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1.5% 급등하면서 지난 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100선 고지를 넘어서다. 다우지수도 13개월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으며, 나스닥지수는 지난 해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다우존스 스톡스600 지수가 3월 저점 대비 60% 가까이 급등했다. 이 가운데 월요일 영국 FTSE100지수는 1.6% 오르면서 올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버냉키 의장은 3월 저점 대비 64%나 오른 미국 증시에 대해 거품 논란이 있지만, 금융시장이 펀터멘털과 크게 괴리되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 美증시, 에너지·원자재 주도.. '달러 캐리-자산거품' 우려
미국 증시의 경우 최근 에너지와 원자재주가 전체 시장을 주도한 것을 두고 시장이 주로 달러화 약세 및 상품 가격 강세를 배경으로 상승한 것이며 이것은 또다른 거품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이후 두 배나 급등하며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금 시세는 온스당 110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17일자 마켓와치(MarketWatch)는 이에 대해 폴 놀트(Paul Nolte) 디어본파트너스의 전무이사의 견해를 인용, "최근 경향은 우려를 불어일으키고 있기는 하다"면서, "자산 거품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그런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올들어 가장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업종은 정보화기술(IT)로, S&P지수 내의 IT업종지수는 53.5%나 올랐다. 그런데 11월 들어서 원자재 업종지수가 9%나 급등, 올들어 40.8%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2인자로 부상했다. 에너지업종지수는 연초 대비 상승률 면에서는 10개 하위 지수 중에서 6위에 그치지만, 이번 분기 상승률로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더구나 최근 10년 동안 S&P 지수 내에서 에너지업종의 영향력은 50%나 증가했다. 원자재업종의 영향력은 과거나 변함이 없지만, 금융 및 공업 업종의 비중이 줄었다.
최근 에너지와 원자재주의 강세는 경기 펀더멘털과는 직접 관련되지 않은 나름의 배경이 있다. 그 하나는 중국를 포함한 아시아 경기의 빠른 회복세로 인한 이들 자원 수요의 강화에 있고, 다른 하나는 달러화 약세로 인해 주로 해외 소득이 많은 이 부문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실적 개선 면에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3/4분기에 에너지 및 원자재 업체들의 실적은 지난 해보다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체 S&P 기업들의 실적 결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상품시장의 강세처럼 달러화 약세가 최근 랠리의 주요 동력이 됐는데, 달러화 약세는 또 이른바 '캐리-트레이드'의 조달 통화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쯤되면 중국이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이 또다른 자산시장의 거품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은 것이 이해가 간다.
뉴욕대 경제학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는 달러 캐리-트레이드로 인한 자산 가격 거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러나 중앙은행들의 완화정책 회수로 인해 이들 자산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버냉키 의장은 좀처럼 언급하지 않던 달러화 가치를 예의 주시할 것이며, 강한 달러화가 유지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내놓았다.
하지만 버냉키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증시 급등 속에 달러화는 15개월 최저치로 주저앉으면서 여전히 우려를 낳았다.
GFT포렉스의 환율분석담당 이사인 캐시 리엔(Kathy Lien)은 "실질적인 개입이 없는 구두개입으로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버냉키 의장의 구두개입을 폄하했다.
◆ 유럽, 장애물 많은 데도 추가 상승 기대..'출구전략' 속도가 관건
유럽 증시는 1999년 이래 최대 연간 상승률 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앞으로 다수의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은 연말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10월 소매판매 결과를 보면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소비지출 증가세가 완만했다.
또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펀드의 북클로징 외에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증시의 변동성이 예상된다.
또 투자자들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 당국이 점진적으로 부양책과 완화정책을 철수함에 따라 그 동안 흥건했던 '파티'가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영국의 대형 기업들은 신흥시장에 노출이 많기 때문에, 아시아 당국의 완화정책 철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지적.
또다른 걱정은 유럽 경기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이란 전망에 있다. 다수 분석가들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 경제가 정부의 부양책이 철수되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상승하는 등 또다른 험로에 빠져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로화 강세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며, 막대한 재정지출을 보완하기 위해 세율을 인상하거나 지출을 줄일 경우도 우려된다.
이렇게 많은 장애물이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또다른 '과열'의 징조가 될 수 있다.
물론 최근 거시지표가 좋고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 당국이 당분간은 부양책이나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긍정적이다. 영란은행(BOE)의 경우 경기 전망을 상향 수정하면서도 저금리 정책 기조를 고수하는 것은 물론 추가적으로 양적 완화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회사채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어지고 있고, 또 기업의 주가 역시 저렴하지는 않지만 향후 12개월 실적 전망 대비로 보자면 고평가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 다수 분석가들의 평가.
결국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증시의 경우 유럽 중앙은행이 얼마나 빨리 완화정책 기조를 회수하느냐가 관건이며, 이런 점에서 내년 증시 전망은 밝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리안츠의 애셋매니지먼트 자회사인 RCM의 유럽증시 담당 수석투자전략가인 마크 로베트(Mark Lovett)는 "앞으로는 변동성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전례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출구전략 시행이 상대적으로 늦거나 완만할 것인 반면,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의 출구전략이 좀 더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 증시가 특히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또다른 시장전문가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