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중앙은행들은 다양한 양적완화(Quatitative Easing; 이하 QE) 정책의 시행을 통해 증가한 자산 규모(Balance Sheet)가 적절하게 조정되지 못할 경우, 또한 완화 정책이 장기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강해질 경우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와 결합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쟝-클로드 트리셰(Jean-Claude Trichet) 총재는 G20 및 BIS회의를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출구전략의 실행과 관련된 4가지 쟁점'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 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전례없는 QE 정책이 물가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정책성명서를 통해 계속 "금융시장의 여건과 경기 전망에 비추어 밸런스시트의 규모와 구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시 실행할 수 있는 출구전략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출구전략의 내용은 무엇인가? 긴축정책과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 출구전략의 쟁점: 대상과 시점, 수단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준 의장의 발언이나 특히 최근 제출한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출구 전략의 대상은 ▲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 시장금리다.
또 이 같은 전략의 실행 시점은 ▲ 경기가 완연한 회복력을 얻고 ▲ 고용시장 여건이 개선되며 나아가 ▲ 디플레이션 위험이 줄고 반대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하는 때이다.
그리고 그 수단은 ▲ 지준부리 금리 인상 ▲ 지준의 흡수 ▲보유 자산의 매각 등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은 곧 중앙은행의 밸런스시트를 급격하게 증가하게 만든 주된 요인인 이례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제로금리 정책, 긴급 유동성 지원 및 국채 등 자산 매각 등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지준 이자율의 인상'이라는 수단도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 연준에 따르면 증권 매각 및 긴급 유동성 지원의 회수를 통한 밸런스시트의 조절 뿐 아니라 부채의 구성요소를 조절하는 수단을 통한 초과 지준의 회수를 고려하고 있다.
후자는 역RP와 SFP(Supplementary Financing Program) 그리고 기간물 예금 등으로 구성된다.
SFP는 미국 재무부가 연준의 요청으로 지난 해 9월 도입한 것으로 유동성 회수를 위해 신규 국채를 발행하고 그 대금을 연준에 예치하는 프로그램이며, 기간물 예금은 지준 예치기관인 연준에 일정 기간 여유자금을 예치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연준이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 출구전략의 쟁점: QE와 금리조절은 구분 가능
국제결제은행(BIS)는 출구전략과 관련해 "대차대조표에 축적된 자산 처분과 긴축정책은 별개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은 채권 등 자산 매각 없이도 금리만 올리는 것으로 부양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지만, BOE는 금리인상과 자산매각을 동시에 원하고 있다.
이런 시각 차이는 연준의 경우 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부양정책으로 보지만 영란은행(BOE)은 자산을 보유하는 것 자체도 부양 효과가 있다는 일종의 '유량(flow)-저량(stock)' 관점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연준은 금리인상을 우선하지 않고 장기증권 매입에 대응하여 단기 RP를 공급하는 역RP전략과 또 재무부와의 SFP 등을 활용할 방침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준에 대한 이자 지급을 통해 아래 그림에서 극단적인 노선인 벡터 B를 따라가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의 실행 시점이나 과정에 대해 이례적인 정책 수단의 회수에 대해 수동적인 대응 시기에 이른 능동적인 조치로 그 순서를 분류하고 궁극적으로 금리인상으로 나아갈 것이란 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출구전략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출구전략 실행 시점에 대한 판단도 다르게 되는 것처럼, 어떤 정책이 반드시 다른 정책을 앞서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선적인 정책 흐름을 예상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실제로 이번 G20 회의 이후 QE 정책의 종료 이후 금리인상 시나리오 보다는, 오히려 필요시 QE 정책을 고수하면서 금리인상을 선행하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앞서 ECB의 트리셰 총재는 "필요할 경우 이례적인 정책수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단기 금리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경기 및 신용시장의 여건에 따라서는 QE 정책을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 같은 정책을 오래 유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명백하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들 정책 효과와 결합되면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이 정책이 매우 신속하게 회수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와 같은) 특정 정책수단은 이미 만기가 정해져있고 이에 따라 특별히 새롭게 정책을 결의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회수되며, 공개시장 조작이나 과잉 유동성 흡수 등 정책수단의 경우 회수가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산매입 정책은 자금시장의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었을 때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를 장기 유지할 경우 시장의 자체적인 회복 기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트리셰 총재는 "증권 직매입 조치는 그 범위나 규모 면에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며, 자신들은 "주로 커버드본드에 초점 맞추고 이것이 자금시장이 스스로 회복되도록 촉매 역할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의 '출구 전략'은 이미 세워져 있는 것이며 그 실행은 3가지 자기실현적 요인에 따라, 즉 신뢰성(credibility), 신속성(alertness), 단호함(steady-handed)을 기반으로 실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나아가 이것으로 필요할 경우 단호한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BIS의 설명이나 트리셰 총재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연준을 중심으로 한 '자산매입'의 부양 효과를 중시하는 중앙은행들의 경우 자산매입 정책을 유지하거나 부분 중단한 가운데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서 '금리 조절' 정책을 통해 출구 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 출구전략과 경제, 금융시장 전망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 당국자들은 최근 경제에 대해 회복세로의 진입 조짐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또한 내년까지 당분간 경기는 취약하면서 또한 변동성이 큰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제출하고 있다.
또한 정책당국자들은 인플레 압력이 낮기 때문에 통화 및 재정정책에서 느리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민간 전문가들은 연준 등이 서서히 증권 매입 프로그램에서 손을 뗄 것이며, 시장 여건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신용 및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도 마감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2010년 중반까지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
나아가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 비해 탈출이 늦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재정정책 면에서의 지원은 2011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출구전략의 시행에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이유는 금융시장에 불안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인간의 투기선호 본성 때문에 향후 또 다른 금융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출구전략에서 중앙은행들이 가장 강조하면서도 쉽게 의혹을 떨치기 힘든 대목이 "과연 부양책을 회수하는 것은 그렇게 손쉬운가"하는데 있다.
이미 막대한 지준의 축적 과정에서 일부 자금은 다시 위험자산을 매입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고, 위험자산 시장이 급격하게 회복되면서 '펀치보울(punchbowl)'을 치워야 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계속 시장 여건이 어렵다거나 시스템이 탈구될 수 있다면서 '공짜 돈'을 움켜쥐려고 저항할 수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매입한 자산은 쉽게 매각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예 환매할 대상이 사라지거나 가격이 크게 하락해 대규모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도 유발될 수 있다.
무엇보다 막대한 정부의 재정 조달 수요 때문에 중앙은행의 빠른 유동성 회수는 정책 협조 차원에서 저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G20 회의 이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당분간 QE 정책을 고수하자고 약속한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