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년 동안 경기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인들은 최근 주식시장의 빠른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태다. 특히 기업들이 낙관적인 전망에 쉽게 따라가려고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자 기사를 통해 경제전문가들이 과거 경기 침체 경험을 통해 이번 경기 회복의 경로를 유추하려고 하지만, 2007년말부터 개시된 이번 경기침체가 과거 경기 하강 경험의 다양한 특징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이번 미국 경기 침체는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심각한 경기 침체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거에는 침체 이후 빠른 속도의 경기 회복이 진행되었다.
이번 사례는 또한 심각한 신용 위기가 특징인데, 이는 1990년대 초반의 경험과 유사하다. 이 경우는 짧은 경기 침체 이후 수년간에 걸친 느리고 긴 경기 회복 양상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 침체가 과거 다른 경험과 다르게 심각한 신용경색을 동반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충격으로 경기 회복이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경기 회복의 양상이 어떤가와 무관하게 자신의 여건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나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여전히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실직한 사람들은 실업수당을 고갈한 뒤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더라도 이미 비어있는 예금 잔고로 인해 앞으로 다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에 취약해진다.
한편 경기 회복은 지역별로 편차가 있고, 부문별로도 차별적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제조업과 주택부문의 경우 워낙 심각한 위축 양상을 경험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산업의 경우 은행들이 재무여건 개선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도 위축양상이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가운데 다양한 회복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나 기업들은 극단적인 낙관이나 비관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주식시장은 3월 저점에서 40% 이상 급격히 회복하면서 'V'자 회복 기대감을 보이지만, 정작 상장기업들은 내년 경기 회복 전망에 대해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 급격한 경기 위축 이후 급격한 회복 '기대'
통상적인 경제의 흐름이라면 급격한 경기 위축 이후에는 빠른 경기 회복이 뒤따르는 법이다. 고용주들은 자기방어 차원에서 직원과 생산을 빠르게 감축하고 소비자들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해 지출을 미루는데, 이것이 향후 회복시에 급격한 경기 확장을 이루는 배경이 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경험으로 보면, 기업들이 빠르게 고용을 늘림에 따라 경기는 수개월 만에 급격히 회복된다. 딘 마키(Dean Maki) 바클레이즈캐피탈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 경험상 침체가 깊은 경우 경기 회복이 완만했던 경우가 없다"면서, "과거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실제로 경기 회복 전망을 제대로 예측한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강력한 회복을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올해 말 미국 경제가 연율로 3%~5%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장기 회복을 촉발하는 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업들이 생산과 채용을 크게 늘리고 신규 장비 구입 예산을 재건할 것이며, 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신뢰가 회복되어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에 다시 나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착공 역시 급격한 감소세 이후 회복되어 건설부문이 최근 3년간에 비해 희망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자연발생적인 경기 회복에 이어 정부의 재정 경기부양책 프로그램이 다수 가동되면 미국 경제는 올해를 지난 2010년 초반까지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경험하게 되고 이에 따라 완전히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 성장 궤도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경제 '우려'로 인해 느린 회복될 수도
경기가 회복되기는 해도 여전히 빠른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기 때문에 그 속도가 느릴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로 인해 지출이나 대출이 어려워 회복이 느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직이 늘어나면서 소비자신뢰도는 여전히 하락하고 있으며, 주택소유자들은 한바탕 어려움을 겪고나서 대출이나 자산 관리에서 태도를 바꾸고 있다. 저축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엔진이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
나아가 신용 경색의 충격으로 인해 기업이나 소비자들 모두 수년간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과거처럼 은행 대출을 얻기가 쉽지 않다. 주택구매자들은 신규대출은 쉽지 않고 게다가 초기에 과거에 비해 큰 선금을 치러야 한다.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서 기존 주택보유자들은 집을 담보로 돈을 찾아 쓰기가 어렵다.
이 같은 신용 경색의 역풍으로 인해 미국 경제는 오랜 기간 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이젤 골트(Nigel Gault)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그는 "이것이 소비 부문에서 빠른 경기 회복을 예상하기 힘든 한 가지 이유"라면서, "소비지출이 다시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아니고 다만 과거에 비해 경기회복을 이끄는 주도세력이 되기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라고 말했다.
이런 시나리오에 따르면 경기가 일시적으로 빠르게 회복한 뒤에도 내년까지 1%~2% 수준의 완만한 성장에 그치고, 고용시장이 회복되는데 필요한 4%~5% 대의 성장률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의 붕괴와 같은 거품 붕괴에 의해 발생한 경기침체는 '일자리 없는 회복'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빠른 회복보다는 기존의 자원을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생산성 향상에 주목하는 기업들은 가능한 한 채용 확대를 거부하고 임시직에 의존하려고 할 것이다.
◆ 일시적인 회복 이후 재차 하강 '가능성'도
경제가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자연히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 그 다음에는 재정 부양책의 효과로 근근히 버틸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의문을 품는 경제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제의 간극(slack)이 워낙 크고 소비자들이 수년 동안 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또한 대출을 받을 능력이나 지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당분간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 역시 충격을 받고 난 뒤라 다시 생산이나 지출을 늘리는데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지방 및 주 정부는 세수가 급감하면서 계속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금융부문은 아직도 어려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주택차압이 여전히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관련 대출은 부실화되는 중이다.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줄어들기 시작할 경우 미국 경제는 소비지출이나 기업의 투자와 같이 경제를 이끌고 나갈 주된 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 다시 경기 위축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1980년 6개월 간의 짧은 경기 침체 이후 경제가 회복되기는 했지만 1년 만에 다시 고꾸라진 경험이 있다. 인플레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두 자리 수까지 급격히 올려 대출 비용을 끌어올렸으며 이에 따라 고통스럽고 긴 침체가 뒤따랐다.
1940년대와 1950년대 후반의 경우에도 경기 침체가 종료된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데 3년이 소요되었다. 이는 기업들이 전쟁이라는 위기에서 회복하기는 했지만 경기 회복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는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출에 대한 우려와도 섞여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하면 금리가 따라 오르고, 이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들의 대출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우선유타 주립은행의 최고경영자인 론 히튼은 "더블딥(Double Dip) 양상이 전개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분명히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지출로 인해 시스템으로 흘러들어간 막대한 돈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