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통위 이후엔 시장에 두려움을 주더니 이달엔 안도감과 함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이 금통위 직후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에 확신을 가지며 채권을 사들였다. 이에 9일과 10일 이틀간 국고채 3년물은 15bp 하락, 견고한 벽으로 여겨졌던 4%선을 하향 돌파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 9월물 가격도 67틱 점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냥 웃을수만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한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 닮은 듯 다른 6월과 7월
지난달과 달리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경기하강이 멈췄다"에서 "경기하강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경기 인식이 진일보했지만 그 보다는 "하반기 성장세가 높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출구전략'은 언급하는 것 조차 꺼렸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충격에 빠졌던 시장을 의식한 듯 조심조심 애쓰는 모습이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관전평이다.
꼼꼼히 따져보면 내용상으로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의 상당시간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계를 표시하는데 할애했다. 그래서 시장참가자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지난달과 이번달에는 대외경제 여건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은 한창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시점이었다. 한국의 경기회복속도가 빠르다며 선제적으로 긴축에 나설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버렸다.
이달은 여전히 국내 경기 회복세가 어느나라보다 빠른 모습이라는 평가에선 같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직접적인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열린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각국 정상들은 성명서를 통해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조짐은 있지만 하강리스크가 상당하다"며 "긴축 회귀를 골자로 한 출구전략은 실질적인 경제회복이 보장될 때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추가부양책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다. 워런 버핏은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11%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2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욱이 지난달 금통위 직후 당장이라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 같았던 시장 분위기는 차츰 '아직은 아니다'에 확신이 실리는 모양새였다. 이번 금통위는 이런 시장 분위기에 촉매제가 된 것이다.
◆ "한은이 왜 변동성 키우나?"
일각에서는 금통위의 가벼움을 지적하고 있다. 대외경제상황이 달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적으로 보면 6월과 7월의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의 말을 더이상 믿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또 지난달 순식간에 4%를 뚫고 오르게 하더니, 이번엔 끌어내리자 한은이 변동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한 시장관계자는 "어차피 다음달 이 총재는 시장을 다독거릴 것"이라며 "한은은 한달씩 번갈아 말을 바꾼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금통위에 대해서 "이미 예상했던 바"라며 "왜 이런식으로 변동성을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우증권 서철수 연구위원 역시 "한달만에 살짝 발을 뺄것을 왜 굳이 6월 금통위와 같은 약간의 혼선을 시장에 줬느냐"며 실망을 표했다.
금통위는 매달 그 때의 흐름에 따라 결정한다고 대답할지 모르겠지만 '통화정책의 시차성과 정책의 일관성' 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가치를 지닌 답변은 아닐 것이란 의견이다.
◆ 시장 금리, 내려갈까?
시장참가자들은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금통위 당일이었던 지난 9일 국고채 3년물은 장중 한때 4%를 밑돌더니 10일에는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8bp내린 3.92%로 장을 마쳤다. 좀처럼 깨질것 같이 않았던 4%의 벽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전문가들의 시장금리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있다. 이번 금통위를 기점으로 박스권이 지난달 금통위 이전 수준인 3% 후반~4%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과 일순간 4%를 하회한 것일 뿐 추세적 상승은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서철수 연구위원은 "글로벌 출구전략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정도의 상황이 전개돼야 한은이 긴축전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역시 6월 금통위 이전인 3.7~4.0% 레인지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국지적인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경계감을 높였다"며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금융완화기조의 변화 필요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미 금리수준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과 경기회복에 후행하는 출구전략은 결국 자산가격 등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채권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의 금리하락은 금리 상승 추세 속에 단기 반락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