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택(사진) 삼성SDI 사장은 삼성그룹 내에서도 대표적 장수 CEO로 통한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에 이어 3번째로 오랫동안 CEO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삼성SDI 사령탑을 맡기 시작한 지도 10년이나 됐다. 그런 요인으로 당초 올해초 인사에서 교체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지난해 좋은 경영실적으로 임기를 이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올해 실적도 그에게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지난 1/4분기에 영업손실 760억원을 기록, 4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 회사의 실적은 김 사장에게는 단순한 적자 성적표 이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다행히 2분기 실적 전망은 밝다. 시장에선 삼성SDI가 2차전지의 역량에 힘입어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두자릿수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일찍이 2차전지를 삼성SDI의 미래 먹을거리로 선정해 2차전지 분야에서 회사의 점유율을 17%로 끌어올렸다. 세계 2위 수준이다.
김 사장은 사실 기획통이다. 지난 1972년 삼성 공채로 입사한 그는 17년동안 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당시 기획에 관한 한 최고라는 평가를 달고 살았다. 삼성SDI를 단순 브라운관을 만드는 굴뚝기업에서 사업다각화를 통해 PDP,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생산하는 첨단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바꾼 이면에는 그의 남다른 기획능력이 바탕이 됐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신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 '디스플레이 칭기즈칸'이었을 정도다. 김 사장은 꾸준히 사업다각화에 매진해 삼성그룹 내에서는 이른바 창조적 혁신가로 인식된다. 장기적 성장비전을 위해서 사업다각화는 필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삼성그룹내의 적극적 녹색 전도사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의 새 화두인 녹색의 중심에 김 사장이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김 사장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에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 중인 삼성SDI의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김 사장은 브라운관 및 PDP 제조업체였던 삼성SDI가 휴대폰과 노트북용 배터리 제조 등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배경과 비결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7년 5726억원의 적자를 내며 미래가 불투명했던 삼성SDI는 지난해 4/4분기 512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맞춰 과감하게 사업구조를 개편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삼성SDI의 변신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004년 매출 9조3000억원이라는 최고 실적을 냈을 때 이미 사업구조 개편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의 이런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은 결국 삼성SDI의 미래를 주도면밀하게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요즘 2차 전지에 이어 태양광, 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로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등 '에너지 칭기즈칸'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말 '에너지기업 전환 원년'을 선언하고 사실상 에너지 전문기업으로서의 첫 해를 맞는 삼성SDI의 올해는 김 사장으로서도 적잖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애물단지였던 MD 사업과 PDP 모듈 사업을 떼내고 2차전지에 집중하면서 '적자기업 CEO'라는 굴레는 벗었지만 2차전지 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은 남아있다. 삼성SDI는 올 초 2차전지의 올해 수요가 26억5300만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 감소한 수준이다. 승승장구하던 2차전지 사업에서 첫번째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