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사도 유동성 부담 가중, 추가 차입 불가피
- 구제금융 받는 국내외 금융권 섣불리 못 나서
- 신평사 등급하향 시사 압박…업계 적극성 요구
선박금융의 침체가 조선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들도 구제금융을 받으며 위태위태한 세계적인 현상이라 규모를 가리지 않고 국내 조선사들에게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신규수주가 안되는 상황에서 선수금 유입마저 줄어드는 현재 상황이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가 집중적으로 불거질 시기로는 하반기로, 버티는 힘이 상반기로 다했다는 예상도 나온다.
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선박금융시장은 지난 2007년 930억달러에서 작년 700억~800억달러로 급속히 위축됐다.
포르티스, ING, BNP파리바, RBS, 시티, JP모건 등 선박금융을 제공하던 상위 10개 금융기관 가운데 6개사가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박금융은 지난 2002년 평균 140억달러에서 5년만에 6배 이상 급성장했다.
게다가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4개사가운데 스미토모를 제외한 노디은행, DnB NOR은행, HSH Nord은행은 모두 유럽계로 최근 부각된 동유럽발 국가부도설에 따른 서유럽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 이들 은행도 장담 못해, 선박금융시장 전체가 최악에 빠질 시나리오도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 자체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선박금융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같은 위축은 선박건조대금의 20%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 80%를 선박금융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던 조선업체에게 유동성위기나 다름없는 셈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재로서는 그간 받은 선수금으로 자금압박을 피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멈춰선 선박수주가 지속될 경우 유동성 압박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기평 주최로 지난달 31일 열린 `선박금융시장에 대한 논의 및 조선사 크레딧이슈 전망`에서 정상훈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국내 상위 6개 조선소의 선수금 대비 현금자산 비중은 2006~2007년 평균 30~50%를 유지해왔으나, 작년 하반기 이후로는 신규수주가 급감하면서 선수금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1분기 회사채발행이 증가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상훈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신규수주 부진이 장기화되면 선박건조를 위한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라 유동성 부담이 가중되고 외부차입이 증가하는 등 조선업체의 재무구조가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현금자산을 선수금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2006년, 2007년, 2008년 3개년에 걸쳐 비율을 살펴보면 현대중공업 20%→45%→24%, 삼성중공업 51%→39%→28%, 대우조선해양 28%→51%→17%, 현대미포조선 64%→82%→53%, 현대삼호중공업 47%→37%→30%, STX조선 16%→12%→7%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한기평이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해외현지법인을 거느린 곳.
대우조선이 지난 97년부터 투자한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는 2005년 이후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흑자전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 조선소와 STX조선의 중국 대련단지는 신규수주 동향과 기존에 발주한 수주물량의 취소 가능성 이 모니터링 포인트로 꼽혔다.
그간 확장전략을 편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조선업 시황과 경쟁강도, 위기대처 능력, 다른 조선업체와 차별화 여부, 투자비용의 안정적 조달능력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기평은 또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조선업체의 경우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물동량 감소, 선복량 과잉 우려, 선박금융시장 마비 등으로 조선업체들은 정상 수요마저 급속도로 위축되는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며 "개별 업체들은 자신들의 현황과 향후 대응방안을 신평사를 포함한 시장참여자들에게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