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은 지난 9일 동양종금증권을 주간사로 무보증 회사채 15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 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지난해 말 한 단계 하향된 A+(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로 이번 회사채의 표면이율은 8.3%다.
대림산업의 회사채 공모 발행은 지난해 5월 3년물 6.27%, 5년물 6.44%로 1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10개월만이다. 동양종금 인수물량 400억원어치는 이날 모두 팔렸다.
비상장사인 롯데건설은 9일 산업은행을 통해 2년 만기 무보증회사채(표면이율 7.95%) 1000억원어치를, 12일에는 SK건설이 삼성증권을 통해 1년만기 무보증 회사채(표면이율 8.80%) 500억어치를 발행했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 움직임은 이미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2월 롯데건설과 현대산업은 각각 800억원, 2200억원 어치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고 GS건설과 삼성물산도 1000억원, 3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밖에도 동부건설이 100억원 어치를 금리 9.00%에, 포스코건설(AA-)이 6.30의 저리에 2000억원 어치, 신세계건설(A0)도 8.5~8.6%대에 21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풍림산업 고려개발 등 6개 건설사가 2877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회사채 발행시장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던 8월들어 두산건설, 특수건설 등 4개 기업(2840억원)으로, 9월에는 한일건설 등 3개 기업(1433억원)으로 줄었고 급기야 10월, 11월에는 건설업종의 회사채 발행실적은 아예 없었다.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12월에는 케이씨씨건설이 7.63%로 200억원, 롯데건설이 8.4%로 100억원을 발행하는 데 그쳤고 올 1월에도 롯데건설이 무보증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표면금리 8.70%에 발행한 것이 유일했다.
그러다가 1월말 각 건설사 신용등급이 확정 발표되면서 시장은 "옥석이 가려졌다"며 회사채 발행을 재개한 것이다.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른 워크아웃 건설사들의 기한이익 상실액이 5000억에 달하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이 풀린다는 것은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발행의 유인이 주로 단기 유동성 문제 해결에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크게 단기 운영자금 마련과 중장기 유동성 확보인데 만기 도래한 단기 기업어음을 막거나 금융이자를 내기 위해, 혹은 하청업체 공사비용 보전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높은 발행금리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건설사들에게 또다른 비용 상승 요인이 된다. 이날 현재 건설사들의 올해 회사채 발행 실적은 8200억원으로 대형 건설사라도 발행금리가 시중 기준금리보다 4% 가량, 같은 등급 타업종 회사와 비교해도 2% 이상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6.72%로 1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건설(A+)이 지난 9일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 1000억원어치의 표면금리는 7.95%다. 최근 발행된 같은 등급 2년물 회사채의 금리(KIS채권평가)가 평균 6.5%대였음을 감안하면 2.1%p나 높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이 건설업종에 대한 신규 유동성 지원을 꺼리면서 신용등급에 'A'가 들어가지 않으면 회사채 발행은 어렵다. 올해 발행된 회사채 중 非A등급 회사는 동부건설이 유일하며 이도 100억원의, 비교적 적은 규모였다.
한 B등급 건설사 재무 담당 임원은 "자금흐름이 좋지 않다보니 대부분 건설사가 회사채나 유동화채권 발행을 원하지만 증권사들이 A등급이 아니면 인수를 꺼린다"며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발행 사례 중에는 이미 발행계획이 잡혀있거나 국책은행이 인수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발행 실패 가능성 때문에 중견사들이 발행을 주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AA가 9%, BBB는 최대 14%까지 부담해야 하고 명동 사채시장에서 연 25%는 보장해야 겨우 할인되는 지금 회사채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월 이후 대형건설사들의 고금리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자 시중자금이 일부 몰리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건설경기 회복 등 긍적적 뉴스에서 비롯된 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불안요소도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