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는 각각 20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건을 상정해 처리한 뒤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KT 입장에서는 성장정체에 봉착한 타개책으로 KTF와 합병을 선택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과거처럼 통신시장이 유선과 무선(이동통신)으로 명확하게 구분된 상황에서는 유선과 무선의 사업구조에 맞춘 대응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유선과 무선의 경계선이 모호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개별상품이 아닌 결합상품으로 빠르게 시장구조가 바뀌면서 합병의 당위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성장정체의 해법
통신산업 만큼 가파르게 변화되는 사업도 없는 듯 하다. 국내에서 이동통신산업이 본격적인 개막을 올린 시점은 PCS사업자를 선정한 지난 1997년으로 불과 10여년 남짓에 불과하다.
이동통신시장의 본격 개막은 이전부터 KT가 독점화한 유선통신시장에 적지 않은 판도변화를 일으키며 상당한 타격을 가했다. 급기야 유선통신시장이 붕괴되며 KT의 성장엔진에도 치명적인 징후가 나타났다.
이러한 흔적은 지금까지의 KT실적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
KT는 2000년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이라는 벽을 넘어선데 2001년에는 11조원대 진입에 성공하며 나름대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듯 했다.
그렇지만 2001년 매출 11조원에 진입한 뒤 2008년까지 8년동안 단 한차례도 12조원대를 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실제로 KT는 지난 2001년 11조5000억원대로 11조원 시대를 연 이후 2002년(11조7000억원) 2003년(11조5000억원) 2004년(11조8000억원) 2005년(11조8000억원) 2006년(11조8000억원) 2007년(11조9000억원-전망) 등으로 11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도 실적하향조정을 통해 매출 11조 9000원으로 내려잡아 12조원대를 넘기 힘들 전망이다.
KT의 영업이익 역시 지난 2004년 2조원을 낸 것을 제외하면 그렇다할 성과가 없다.
지난 2004년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성장세를 과시했던 KT의 실적은 크게 급락해 1조원대 초중반으로 추락한 상태다.
반면 같은 시기에 이동통신시장의 맹주로 자리잡은 SK텔레콤(대표이사 정만원)은 2조원대의 꾸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KT에 버금가는 통신공룡으로 급부상했다.
성장정체에 머물고 있는 KT입장에서는 급격한 추격세의 SK텔레콤을 견제할 만한 수단이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성장정체의 해법을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와 합병을 통해 타개한다는 복안이다.
◆ 유무선 의미상실...경계 붕괴
이동통신산업의 초고속인 성장세는 결국 통신산업에서 왕좌로 군림하던 KT를 궁지로 몰아 넣었다. 반면 이동통신산업의 급부상은 새로운 통신영역인 컨버전스를 앞당기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불과 이동통신산업이 걸음마에서 성장단계에 있던 상황에서는 유선산업과 엄격히 나눠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동통신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부터는 컨버전스라는 새로운 통신시장이 형성돼 무한경쟁체제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듯 통신업체들의 상품역시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출시되는 상품이 유선전화+인터넷이나 이동전화+인터넷등 결합상품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유선과 무선의 경계를 허물며 서로 합쳐져야 한다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처럼 유선이나 무선등 하나의 상품으로는 더 이상 포화상태에 이른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2% 부족하고 치열한 경쟁관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통신산업 자체를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 진화되는 속도가 만만치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 최근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돌입한 IPTV도 통신산업의 또 다른 진화 형태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IPTV에서 통신공룡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이 일고 있다.
이처럼 통신산업의 거듭되는 진화 속에서 KT와 KTF등 KT그룹과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등 SKT그룹 그리고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등 LG통신그룹등의 끊임없는 노력이 유선과 무선의 합병이라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동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이동통신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인수이후 대형화되고 있고 LG그룹의 통신그룹 역시 대형화로 재편되는 분위기에서 KT와 KTF간 합병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통신시장의 급변화로 유선과 무선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통신사업자들이 방송(IPTV)으로 진출하면서 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컨버전스 영역에서 복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며 "KT와 KTF 입장에서는 결국 새로운 시장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합병이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애널리스트는 "KT의 캐쉬카우 역할을 한 유선전화사업부문과 초고속인터넷부문이 후발사업자들의 저가공세로 시장잠식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대비하기 위한 마케팅비용 지출과 인건비등의 추가적인 대책마련 차원에서도 합병의 필요성이 생긴 듯 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