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며 전세계가 장기 불황에 대한 불안감에 벌벌 떨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한 증권업계도 불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더욱이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한 달 여 앞두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던, 그래서 야심차게 준비해 온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전략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바야흐로 2009년 새해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속에 수양과 모색이 절절히 요구되는 시기를 불가피하게 거쳐야 때인 것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와 불황 속에서 거품 해소의 과정에서 축소와 감량을 이겨내고 생존을 전략 삼아 재생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시절이다.
글로벌 위기와 새로운 전환의 시대! 증권업계는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 또 그 전략은 무엇일까. 금융자본시장 최고뉴스 뉴스핌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지략을 찾아 보고자, 엄혹한 시절에도 불구하고 공감과 배려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모색과 시장 창출의 사명을 달성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증권업계의 현재를 담아봤다.《편집자주》
[뉴스핌 Newspim=홍승훈 기자] 리만 브러더스(Leman Brothers Holdings)를 시작으로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라 불리는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시장 매물로 나왔다. 그리고 여기에 투자해 물린 전세계 금융회사들이 속출했다.
대한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과 몇 개월 전(前)만해도 국내 수위권을 차지한 증권사들도 이들 채권 및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신용위기에 내몰렸다. 일부 회사들은 존폐가 거론될 만큼 위기 국면으로 치닫기도 했고 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을 책임지지 못한 일부에서는 음울한 자살소식도 이어졌다.
최근 수년간 펀드 대중화 트렌드 속에서 이들 금융상품에 가입했던 국민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필두로 올해 초만 해도 코스피지수 3000선을 확신했던 주식시장은 단기간 내 폭락의 폭락을 거듭하며 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에서는 내부적으로는 코스피지수가 400~500선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예견하던 이들조차 있었다.
◆ 증권업계 대응: 대대적 구조조정 'No', 군살빼기 감량경영 'Yes'
증권업계서도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신한지주 자회사인 굿모닝신한증권 등 일부 회사들은 리만발 후폭풍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달려온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대투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급기야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결국 하나대투증권이 200여명 가량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도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은행 계열 모(母)회사를 두고 있거나 자체적으로 위기상 황으로 판단한 증권사들, 또 증권예탁결제원 등 일부 증권유관기관의 경우 임원급을 중심으로 10~20%의 임금삭감도 진행됐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왔고, 억대 연봉에 잘나가던 증권맨들도 몸을 낮추는 형국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전례없이 과감한 유동성 공급과 파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내년이 지난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일각에서는 희망의 불씨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정책은 분명 희망을 얻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증권업계는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 대신 그간 불려온 덩치를 재정비하고 군살을 빼는 정도의 경영혁신 운동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게 시장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비용절감을 위해,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다 태우지는 말자’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증권사의 힌 기획담당 임원은 "힘들다고 갑자기 몸집을 줄이면 호황으로 전환할 때 빠르게 회복세를 타기가 어려워진다"며 "호황 때 대거 뽑고 불황 때 대거 버리는 전략은 하수의 전략"이라며 구조조정만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던 기업보다는 리스크관리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을 해온 증권사들이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호황 때 여타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리고 인력을 늘릴 때 꾸준히 체중을 조절하며 체급을 유지해온 삼성증권, 대신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이 그렇다.
일부 다른 회사들이 과거 과도한 자기자본투자(PI)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보수 경영 및 리스크 회피전략을 구사해온 이들 증권사들은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며 시장영역을 확대했던 미래에셋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이전의 과감한 행보를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이번 위기로 망한다거나 그간의 전략이 완전히 틀렸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시장평가 그렇게 부정 일색인 것만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이후 해외투자은행들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PI 등 투자은행부문(IB)에 대한 확대 지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시류성 논의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증권업이 예대마진을 기본수익으로 하는 은행업처럼 보수적이어서는 더 이상 발전이 불가능하며, 그렇게 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의 확대 속에서 국내 자본시장 발전도 기대하지 못한다는 논리 또한 여전히 강력히 뒷받침되고 있다.
◆ 증권업계, "수시로 닥칠 글로벌 금융위기 대비해야"
한국증권연구원의 김형태 원장(박사)은 "최근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지만 증권업이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일부 회사들이 파생상품 투자로 다소 깨지긴 했지만 이는 전세계 적인 현상이며 개별 증권사의 잘못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앞으로 수시로 올 수 있는 사안임을 주지하고 리스크를 수용하고 적절히 관리해 나가는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원장은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개인들이나 금융기관들을 보면 일부 지역이나 상품에 몰빵투자(과도한 편중)를 한 곳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분산투자의 중요성은 다시금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의 최흥식 교수는 "지금은 기존의 운용시스템과 리스크관리 체계를 재점검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하락 상황에서는 은인자중하는 시간이 요구되고 있지만 증권시장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호황에 대비한 정비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