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상반기 미국 달러화가 큰 폭의 조정 국면을 나타내는 상황을 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내년말로 가면서 달러화는 점차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한해 동안 달러화는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예상하는 길을 걸었지만, 그 같은 변화의 배경은 예상과 전혀 판이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예상은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대신 신용경색이 위기화되면서 전면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했고 미국 기준금리는 급격히 인하됐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달러화는 하반기에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안전통화로의 도피 움직임 때문이었다.
2009년에는 바로 이 같은 달러화의 '안전 통화'로서의 랠리를 반납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안전도피' 랠리 반납할 때
캐시 리엔(Kathy Lien) GFT의 외화분석담당 이사는 "2008년 하반기 달러화의 강세에 따른 결과들을 내년 상반기 중에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달러화 강세가 미국 기업들, 특히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이윤마진을 크게 잠식한 결과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이미 이 같은 달러화의 조정은 시작된 것으로 본다. 비록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인 7월에서는 멀어진 상태이고 또 이 지점을 다시 시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도피'의 일차적 수혜자인 일본 엔화 대비로는 이미 13년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상태다.
물론 엔화는 여기서 추가 강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일본 경제 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외환당국이 더이상 참지 않고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실 2009년 달러화의 궤적은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또 그 전개되는 시점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는 연 중반부터 회복될 수도, 4/4분기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도 계속 침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분석가들은 그 시점이 빠르던 늦던 간에 달러화가 연말로 가면서 점차 강세 통화의 특징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앤드류 윌킨슨(Andrew Wilkinson) 인터랙티브브로커스그룹(Interactive Brokers Group)의 선임시장분석가는 "달러화가 미국 경제가 건강을 되찾음에 따라 큰 회복 추세로의 전환을 보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이 바로 세계경제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달러가 머리가 되고 다른 통화가 꼬리가 될 것"이라면서, "안전통화 면에서 달러화의 긍정적인 측면은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경제에 투자한다는 매력에 길을 내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미국 경기회복, 펀더멘털이 새로운 동력
1년 전만 해도 유럽 수퍼모델이 달러화로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달러화를 회피하는 것은 어느 시점까지는 상당히 똑똑한 태도였다.
달러/유로는 7월 한때 1.6036달러까지 상승,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고, 최근 저점에서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올들어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하락했다.
하지만 하반기 달러화의 랠리는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니고, 반대로 미국 외 다른 세계경제가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가를 반영한 것이었다. 유로존 경제는 첫 공식 경기침체로 접어들었고, 일본 경제도 6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되었다.
더구나 신용위기가 은행간 대출시장을 급습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수요가 아우성쳤다. 하지만 이른바 '디레버리징'이라는 달러화의 랠리 배경은 이제 거의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챈들러(Marc Chandler)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글로벌 수석외환전략가는 "앞으로는 미국 경기 회복이 달러화의 새로운 랠리를 이끄는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는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함께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기간이 짧고 또 덜 심각한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챈들러의 주장이다.
결국 "내년 중반 경에는 미국 경제가 다른 누구보다 앞서 회복세를 보이면서 달러화가 또다른 지지 요인을 얻게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유로존 경제의 상황은 심각하다. 거의 유럽 경제 전역이 심각한 침체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챈들러는 "유럽도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을 따라 회복되기 시작하겠지만, 6개월의 시차가 예상된다"고 봤다.
BBH는 달러/유로가 내년말 1.3000달러에 거래될 것이며, 엔/달러는 100엔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엔 강세 전망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는 올들어 20% 정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87엔 초반선까지 하락한 엔/달러는 1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와중에, 또 앞으로도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 전개된 것이다.
일본은행(BOJ)이 최근 발표한 단칸서베이 결과 대기업 제조업체들의 업황지수는 1974년 8월 이래 최대 속도로 악화됐다. 이들 기업들은 엔/달러가 올해 하반기에 평균 101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조건은 일본 외환당국이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전반적인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결국 다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엔화의 강세는 글로벌 위기와 위험회피 시점에 일본의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통화 가치에 부담이 되지만, 위험회피가 강할 때는 정반대의 특징을 보이게 된다. 투자자들이 가급적이면 위험한 고금리 통화에서 빠져나오고 대신 조달통화인 저금리의 엔화를 매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때는 '캐리트레이드(carry-trade)'가 성행했지만, 지금은 그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