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는 1930년대와 1970년대 뉴욕 증시의 긴 하락장세의 경험이 다시 도래했다. 꼭 40년 주기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 미국 증시의 일반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고 시장을 이탈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과거 경험이 맞는다면 이렇게 이탈한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다시 복귀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지난 10월 한달 동안 주식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72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다"며, "최근 자료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11월이나 12월에도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례로 1990년대 주식시장을 보면서 열광했던 한 개인 투자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 52세로 뉴욕에서 사진사로 일하는 데이빗 헤렌브룩(David Herrenbruck)씨는 2000년 첨단기술주의 붕괴 이후 부동산으로 옮겨갔다고 최근에는 채권과 CD 쪽으로 투자처를 옮겼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돈이 더 생기면 CD에나 투자할 생각이란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주춧돌이다. 이들이 얼마나 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딱히 집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 뮤추얼펀드나 여타 투자상품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하지만 은퇴 연금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개인들은 미국 전체 주식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등돌린 투자자들, 잘 안 돌아선다
사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실망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됐다. 2000년 기술주 거품 붕괴 이후 2002년부터 2005년 사이 매년 주식 뮤추얼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620억 달러 정도로 이전 10년과 비교하면 약 절반에 불과했다. 2006년 이후에는 매년 평균 400억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용 경색에 직면한 기업들은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기가 어렵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나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빠르게 회복하기 힘든 조건이 됐다.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던 것은 개인투자자만이 아니다.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 금세기에 주식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대표 매수세력들도 갈수록 주식 '너머' 투자 기회로 고개를 돌렸다. 최근까지 이들은 부동산, 상품, 미술품 그리고 농장이나 산림 등 대안투자 쪽으로 상당한 자금을 쏟아넣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등지는 기간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낙관론자들은 과거에 비해 정책적 노력이 더해진만큼 투자자들의 신뢰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는 하다.
또 과거에는 개인투자자들이란 부유한 미국인들 중 소수자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기금을 통해 거의 모든 미국 가계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은 최근 은퇴 시점에 들어선 '베이비붐' 세대다.
아마도 이들 은퇴한 세대가 길어진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주식만한 투자처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시장은 상당한 지원군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생각은 주식보다는 다른 안전한 투자처가 좋겠다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주식펀드에서 채권형 펀드로 은퇴연금을 옮긴 한 투자자는 회사채시장이 타격을 입자 아예 자금을 CD 쪽으로 돌렸다고 밝혔다. 이 투자자는 지금이 주식을 매수하기에 적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두려워서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 40년 주기로 발생한 증시 '도피'
여기서 WSJ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으로부터의 '도피'가 약 40년 주기로 발생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우지수가 1929년 고점에서 89% 조정받은 1932년 이후, 1930년대 미국 증시는 강세장과 약세장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잠식했다. 1927년부터 1936년 사이 존재하던 신탁 및 여타 펀드 1183개 중에서 1937년까지 절반 이상 붕괴됐다. 당시 골드만삭스도 3개의 유력 펀드가 가치를 대부분 소실하면서 몇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명성에 먹칠한 경험이 있다.
다우지수는 1954년까지 1929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다. 심지어 금융역사학자에 따르면 대공황에 질린 미국인들은 1950년대에 들어서조차 지하실 단지에다가 돈을 모았다고 한다.
한편 1940년대와 1950년대 주식시장의 회복은 1960년대 투기적인 거품을 형성시킨다. 증권 전문가들이 앞으로 몇년 동안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주식도 여기서 유래한다. 물론 이들 종목은 예상대로 상승하지는 못했다.
1966년에는 다우지수가 최초로 1000선을 돌파한 뒤에, 곧바로 25% 조정받았다. 인플레와 국제유가 급등 속에 이런 강세장과 약세장의 반복이 16년 동안 반복되자 투자자들의 신뢰는 다시 타격을 입업다. 1970년대 대규모 금융 스캔들이 발생한 것은 바로 이 시점에서다.
1968년 시장이 고점에 도달한 뒤 투자자들은 뮤추얼펀드에는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1971년까지는 투자한 돈보다 찾아간 돈이 더 많았다. 1972년 5월부터 1980년 3월 사이 주식펀드의 규모는 42% 줄어들었고, 업계 관계자들은 생존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 이후 다시 자금이 뮤추얼펀드로 유입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정부가 401(k)나 은퇴연금을 통해 주식시장을 광범위하게 부양한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갈수록 '매수 후 보유' 투자전략을 채택했으며, 이런 흐름이 1990년대 주식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다.
◆ 무너진 '팍스아메리카나'의 환상
냉전이 끝나고 투자 자금의 흐름이 글로벌 전역으로 흐르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은 전세계의 번영과 생산성 향상 속에 '팍스 아메리카나'가 장기 지속될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1990년대에는 투자자들이 뮤추얼펀드에 무려 1조 달러나 자금을 투입했다. 다우지수는 1999년에 1만 1000선을 돌파, 1982년부터 무려 10배나 폭등했다. 주식 이외의 투자는 모두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2000년과 2002년 사이 진행된 약세장과 이번에 발생한 금융 위기에 따른 폭락장세로 인해 다우지수는 1997년 이전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과연 1970년대처럼 강력했던 21세기 들어 두 번의 약세장이 다시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도록 이끌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아마도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2002년 말 회복이 시작되려고 할 때 기대했던 일반투자자들의 시장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1년 현재 미국 가계의 53%가 주식이나 주식펀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46%로 줄어들었다.
시장에 대한 실망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10월말 현재 은퇴연금 가입자들은 연금 납부액 중 주식펀드에는 58%만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의 75%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과거 20년 동안 주식시장에 대한 편입 비중을 60% 이상으로 유지하던 투자자들은 이제 그 비중을 50% 정도로 줄이고 있다.
21세기 들어 개인연금펀드에 가입한 상대적으로 젊은 투자자들은 그 동안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보여준 주식에 대해 애정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올해 25세의 해리스 코언(Harris Cohen)이란 젊은 프로젝트매니저는 "아마도 주식시장과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주식에 모두 투자하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은 앞으로 주식시장이 더 큰 폭으로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 2001년에는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다. 디시전리서치(Decision Research)의 서베이에 따르면, 당시 향후 10년 동안 주식시장의 투자수익률이 5% 혹은 그 이하일 것이란 의견 비중이 5%에 불과했다. 지금은 이 같은 주식시장의 약세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의 비중은 2/3가 넘는 지경이라고 한다.
물론 시장에는 놀라울 정도의 낙관론이 남아 있다. 소액투자자들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앞으로 10년 동안 과거 역사적 평균치보다 높은 10% 혹은 그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