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원정희 기자]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대출 및 패스트트랙에 따른 유동성 공급 확대 압박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통 12월에 들어서면 기업들도 연말 결산을 앞두고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은행 대출을 억제하거나 오히려 빚을 갚아나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채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당국의 압박에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편이다.
-기업들 연말 대출 수요 줄어드는 계절 요인 감안해야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 놓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또다시 압박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늘리라고 한 데서 그친게 아니라 당초 각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목표를 놓고 그 수준에 미달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게다가 중소기업들의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지원하기 위한 패스트트랙에 대해선 아예 수치를 각 은행에 제시해줬다. A은행의 경우 600개 기업(패스트트랙 지원 신청 포함), B은행은 400개, C은행은 500개 등으로 제시한 것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의 경우 지난 10월13일부터 11월28일까지 1978개 기업이 신청을 했고 이 가운데 515개 기업에 대해 1조374억원의 유동성 지원이 끝났다.
정부가 내놓은 패스트트랙 지원방안에 대해 신청이 당초 예상보다 적다는 정부 일각 및 여론의 비판에 금융당국이 이같은 강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당국의 태도에 은행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A대형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12월이 되면 결산을 앞두고 부채비율 등을 줄여 재무제표를 좋게 보이게 하려고 차입금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계절요인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B은행 고위관계자도 "기업들이 연말에 재무제표를 잘 만들어야 내년에 평가를 잘 받기 때문에 하루짜리 사채를 써서라도 은행 빚을 갚으려고 할 정도"라며 "작년 12월엔 중소기업대출이 5000억원 이상 빠졌고 자의로 갚은 금액도 7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런 12월의 대출수요 감소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항변이다.
또 대출수요가 있는 곳은 그야말로 생존자금으로 이미 매출의 50% 이상이 대출이 나가있는데 추가로 그 이상을 대출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대출엔 은행들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로 예상했다. 이는 세계경제가 1.9% 성장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치로 만약 세계경제가 1% 혹은 그 미만인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더 낮아지거나 마이너스로 갈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는 올해 마이너스 0.2%에서 내년도 마이너스 3.8%로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고 수출도 1.3%로 증가세가 큰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바로 대출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가령 자동차산업의 경우 내년 자동차 매출이 늘고 수출이 늘어나야 기계도 바꾸고 시설투자도 하고 원자재 구입도 더 많이 하게 될텐데 지금은 그 반대의 상황이어서 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금 대출이 필요한 곳들은 대개 환율 등의 리스크에 노출돼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어서 은행들도 적극 대출해주기 어렵다고 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입을 모았다.
패스트트랙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당초 예상보다 신청이 저조한 것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유동성 어려움을 판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웬만한 업체는 패스트트랙 지원보다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지원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또 나쁜 업체들 즉 한계에 다다른 곳들은 신청을 해봤자 승인이 안나고 대출이자가 이미 연체되고 있고 보증도 이미 한도를 다 쓰고 있는 C나 D등급의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지원 대상이 아예 안되는 곳들이라는 설명이다.
C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패스트트랙 지원을 늘리라고 하니까 오히려 기업들에 가서 신청하라고 사정을 할 정도"라면서 "그런데도 평판 등을 우려해 안 쓰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