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여자를 울리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잘 생겨서 들은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요즘 가끔씩 여자들을 울리기도 한다.“ 디스크가 아주 심해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 데요”라고 말을 하면 금방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디스크 수술은 암처럼 무서운 병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무척 겁을 먹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허리를 함부로 손대면 병신이 된다느니, 2,3년 지나면 재발해 다시 수술해야 되느니 라는 말을 들어 겁부터 먹는가 보다. 그렇다. 내 몸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수술을 맡기는 게 일반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무서울 만하다.
예로부터 허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몸에서 아주 귀중한 부분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허리를 수술하는 것이 겁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디스크는 반드시 수술해야만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가 정답이다. 척추외과학 교과서에 보면 디스크 환자의 약 70-80%는 수술하지 않아도 나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을까?
원인은 아마도 수술을 신중히 생각하지 않고 남발하는 의사와 뭐든지 한방에 나으려는 우리 국민들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비수술적 치료방법은 과연 있는 것일까? 디스크병을 쉽게 이해하려면 햄버거를 생각해 보자. 햄버거 빵과 빵 사이에는 맛있는 햄과 야채들이 들어 있다. 한쪽에서 햄버거를 누르면 사이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밖으로 나온다. 바로 이것이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쿠션처럼들어 있는 게 디스크인데 이것이 빠져나와 신경을 누르면 디스크 병이다.
그런데 왜 허리와 다리가 아플까? 이것은 뼈보다는 덜 단단해도 디스크는 연골으로 고체인데 이것이 신경을 물리적으로 압박하는데 아프지 않겠는가? 또한 디스크가 튀어나오면 2차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화학적 염증물질이 분비돼 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신경을 붓게하고 이것이 다리까지 저리고 당기고 아프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이란 신경을 물리적으로 누르고 있는 것을 역시 물리적으로 빼내는 것이다. 세면대 막히면 관을 열어 이물질을 모두 제거하는 것처럼. 하지만 뭐든지 대표선수는 맨 나중에 나오는 법. 수술을 먼저 하는 것은 팀에 에이스가 상대팀의 졸개와 대적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수술을 먼저하기 보다는 신경을 붓게하는 2차적인 염증을 먼저 제거하면 다리가 당기고 허리가 아픈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이런 확률이 70-80%인데 뭐든지 확률이 높으면 승산이 더 있는 것 상식이다. 신경주위의 염증을 제거하는 것이 비수술적인 치료의 가장 큰 목표이다. 이런 염증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가장 일반적인 진통소염제, 근이완제등의 약물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염증 물질의 생산을 줄여주어 통증을 감소시킨다.
여기에 척추주변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물리치료까지 더하면 치료 확률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가까운 동네 정형외과나 어딜 가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방에서는 침과 추나요법 정도가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디스크병이 여기에서 모두 낫는 것은 아니다. 이런 치료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환자분들에게는 디스크가 튀어나오 부위에 직접 염증물질을 중화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는 경막외 신경차단술, FIMS(핌스 : 심부 척추신경 차단술), 신경가지 차단술 등의 여러가지 주사 요법을 사용하게 된다.
경막외 신경차단술은 허리 뒤쪽에서 디스크병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가장 일반적인 신경차단술이고, 신경가지 차단술을 조금 더 세밀한 방법이다. FIMS는 비수술적 방법의 꽃으로 엑스레이를 보면서 염증 물질의 농도가 가장 높은 디스크가 튀어나온 부분까지 바늘을 접근시켜 염증부위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이며 또한 심부 척추 근육의 경직을 동시에 이완시켜준다.
본원에서는 디스크병으로 증상이 생긴지 얼마 지나지 않은 환자들에게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를 2주 간격으로 3회 실시해서 치료하기 전보다 50%이상 통증의 감소가 있을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물론 1회의 주사요법으로 말끔히 증상이 좋아지면 더 이상의 주사요법은 필요치 않고 바로 척추근육의 강화 훈련을 통해 자가 재활 치료를 하여야 증상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100%라는 것은 드물다. 이렇듯 열심히 비수술적인 치료를 했는데도 증상의 호전이 안되면(대개 6주정도의 비수술적인 치료기간) 더 이상 비수술적인 치료에 매달릴게 아니라 수술을 받아 빨리 증상에서 회복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득이다.
의사 혼자만이 치료해서 디스크가 낫는 것이 아니며 환자 자신도 부단히 재활에 힘써야 병이 낫는 것이다. 외래에서 수술후 증상이 좋아져서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환자를 보는 것이 저의 큰 기쁨이지만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라고 했는데 우리병원에서 비수술적인 치료를 받고 활짝 웃고 들어오시는 환자도 무척이나 기뻐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환자분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그날까지 우리 의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이춘택 이춘택병원 원장(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