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글로벌(SK네트웍스)분식회계와 비자금조성등 'SK사태'책임을 지고 물러난 손길승(사진) 전 SK그룹 회장을 삼고초려끝에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추대, 화제가 되고있다. 손 전 회장은 지난 1988년 최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폐암으로 작고한 뒤 경영일선에 나선 최 회장과 공동으로 그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며 여러 차례의 위기상황을 잘 넘겼다.
그렇지만 'SK사태'로 최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경영권을 두고 손 전 회장과 최 회장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고 이후 손 전 회장은 'SK사태'의 책임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손 전 회장이 사퇴한 이후 SK그룹은 사실상 최 회장을 축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그간의 굴곡을 메우고 빠른 안정화를 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SK 경영일선을 떠난지 4년만에 손 회장이 다시 SK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우뚝 성장한 SK텔레콤의 명예회장으로 복귀하면서 그 배경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삼고초려...왜?
손 전 회장이 SK텔레콤의 명예회장으로 다시 추대된 데에는 최 회장의 끊임없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결과다.
이전에도 최 회장은 그룹 현안이 있을 때 손 전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찾아 여러차례 자문을 구했고 손 전 회장의 의견을 그룹경영에 반영했다는 게 그룹안팎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손 전 회장에게 SK텔레콤의 회장직 추대를 제안했고 손 전 회장은 계속 고사했으나 최 회장이 재차 부탁하는 요구를 무작정 물리치기가 어려워 지난주 SK텔레콤 명예회장직을 전격 수용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최 회장은 경영현안등이 발생하면 SK그룹 역사에 대단한 공헌을 한 손 전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워커힐 호텔을 방문해 여러차례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손 전 회장이 최 회장과 회사측의 끊임없는 요청을 받아들여 SK텔레콤의 명예회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손 전 회장이 SK텔레콤의 명예회장직에 오른 배경에는 무엇보다 최근 돌아가는 경기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미국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경기 여파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IMF등 위기상황에서도 위기극복을 일궈낸 손 전 회장의 경영노하우가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는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최대한 조직의 안정을 기반으로 성장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최 회장의 선택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손 전 회장 특유의 '꼼꼼함'이 묻어나는 경영스타일은 현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성장성에 중심을 둔 '공격적인' 스타일과 만나 안정성과 성장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IMF시절이다. 1997년 IMF직후 삼성그룹을 비롯해 LG그룹등 대부분의 주요그룹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SK그룹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 1998년 최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폐암으로 작고하면서 SK그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위기로 내몰리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SK그룹은 큰 흔들림없은 경영을 유지했다. 오히려 SK그룹은 IMF 이후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며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대해 "당시 최종현 회장이 작고한 뒤 경영에 나서기 시작한 최태원 회장이 갖는 공격경영과 손 전 회장이 오랜 동안 쌓아온 꼼꼼한 경영스타일이 IMF같은 힘든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 손길승 전 회장은 누구?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은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만큼 고 최종현 회장의 분신과 같은 인물이 손 전회장이라는 것이다.
실제 고 최종현 회장과 손 전회장은 시간이 날 때 마다 토론을 통해 경영스타일을 맞춰 갔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과 손 전회장은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이야기가 재계에 회자될 정도였다.
손 전 회장은 지난 1965년 12월 SK에 먼저 입사한 대학동기 이순석 전 사장의 권유를 받고 최초의 대졸 신입사원으로 SK에 입사해 그룹최고경영자까지 오르며 셀러리맨의 신화를 일궈냈다. 손 전 회장은 1941년 2월 6일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59년 서울대 상대에 진학했다. 이후 손 전 회장은 ROTC 1기로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중 대학동기인 이순석 전 사장의 끈질긴 권유로 최종현 회장을 만나면서 첫 인연을 맺게 된다. 이순석 전 사장과 고 최종현 회장은 동향이면서 대학선후배 관계로 잘아는 사이였다.
사실상 손 전 회장은 지금의 SK그룹를 처음부터 하나씩 만들어 낸 그룹사의 산증인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만큼 손 전 회장이 SK그룹에 갖는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때 손 전 회장과 최 회장은 SK그룹을 최대위기로 내몰리게 했던 'SK사태'이후 관계가 소원하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최태원 회장의 SK텔레콤 명예회장 제안을 손 전회장이 고사끝에 받아들임으로써 향후 손 전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