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를 포함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125bp나 인하한데다 금융시장에 원화유동성을 13조 이상 푸는 등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한은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2일 오전 7시25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비난자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에는 기대를 한몸에 받은 대상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한은이 이처럼 비난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한은이 해야만 하고 또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먼저 한은이 이처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하나로 요약될 수 있다. 바로 '선제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선제적 대응'이다.
통상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향후 3~6개월 후의 경제상황을 바라보고 통화정책을 수행한다는 게 한은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 달에 한번 있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나 각종 정책을 내놓을 때 이 '선제적 대응'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한은이 그토록 강조했던 '선제적 대응'은 요즘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그다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선제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뒷북치기'정책을 내놓는다거나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은의 은행채 매입이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은 금융위원회가 먼저 내놓고 한은이 따라가는 식이었다.
물론 한은의 항변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한은과 사전에 협의도 없이 안건을 언론에 흘려 한은이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만든다는 게 한은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런 항변조차 현재로서는 너그럽게 포용해줄 수 있는 경제참여자가 없다.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고 어려운 가운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 만큼 한은이 먼저 대응 방안을 내놓고 이를 정책당국과 협의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한은에 대한 신뢰감은 더욱 확고해졌을 것이다.
또 한은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한은의 시각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데에 있다.
한 예로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 인하에 대해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없지 않은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는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은행권의 지준율 인하의 목소리를 은행권의 숙원사업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채안펀드에 내놓을 돈이 없다고 외치는 은행권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한은은 시중은행의 유동성은 풍부하며 현재 은행들이 한은에 만들어 놓은 지준계좌에 예치해 놓은 돈이 10조원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은행권이 돈이 없어 채안펀드에 출자를 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돈이 있지만 위험성 높은 자산에 선뜻 돈을 내놓은 상황을 모를리 없을 터인데 한은의 이런 목소리는 여전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역시 돈은 한은의 곳간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경제참여자들은 한은이 시장금리를 상승시키지 않도록 국채와 통안증권을 매입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당국과의 공조하에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선제적' 정책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대가 너무 앞선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채권시장은 이런 기대를 반영해 1일에만 국고채 금리가 20bp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출이 7년만에 최대의 감소폭을 보이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대로 풀썩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상황이 점차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만큼 한은도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과연 평소 외쳐오던 '선제적 대응'이란 철학을 가지고 경제참여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게 될지 기대해보는 것은 과연 지나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