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금융시장이 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정부 구제기금 집행 과정에 주목하는 동안, 연준은 일련의 위기 대응책을 통해 억 단위가 아닌 조 단위의 유동성을 풀어놓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발표한 위험 대출자산 매입 방침으로 인해 연준의 자산규모는 3조 달러 수준으로 확대된다.
유럽계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지난 2007년 8월 신용 위기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연준은 금리인하 뿐 아니라 통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것들까지 무려 51 차례의 금융안정 대책을 숨가쁘게 내놓았다.
이 가운데 9월말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 규모는 과거 1조 달러 수준에서 2.2조 달러까지 확대된 상태.
그 내용과 방식은 다양하지만, 연준이 내놓은 일련의 대책은 특정 금융기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거나 일부 위험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 금융시스템의 기능 작용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 신용시장 일단 '환영'.. 외환시장은 불균형 우려
화요일 미국 신용시장은 일단 환영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연준의 매입 대상이 되는 담보 증권들로 매수 주문이 크게 증가했다.
주택저당증권(MBS)으로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무려 37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 bp) 줄었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이 발행한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 역시 최대 38bp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식시장 등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하향 수정된 가운데, 소비지출 및 순무역 등이 생각보다 크게 하향수정되면서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재확인되었고 기업 순익도 감소 추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쉽게 떨치기 힘들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신용시장 해빙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내놓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지금 추가적인 위험을 매수하기에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렇게 쏟아부은 자금이 모든 레버리지가 큰 기업들까지 스며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니메이 및 프레디맥 발행 채권 스프레드는 장중 내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상업용 모기지채권 스프레드는 초반 크게 하락한 뒤 오후들어서는 일부 낙폭을 반납하는 양상을 보였다.
뱅크레이트(Bankrate)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고정금리부 모기지 금리는 장중 5.25%까지 하락한 뒤 5.5%선에서 하루를 마쳤다. 이 금리는 장 초반까지만 해도 6.38%를 기록했으나 연준의 대책 발표 이후 급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대책이 이미 모기지시장으로 유동성 공급이라는 목표를 이미 성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제출하기도 했다.
연준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구입에 필요한 신용을 늘리고 신용 비용을 줄임으로써 주택시장을 지원하고 보다 일반적으로는 금융시장의 여건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환시장의 미국 달러화는 다소 큰 폭으로 약세를 보였다. 과감한 금융안정 대책은 필연적으로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고, 이는 별 수 없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공세적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 우려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는 대목이며, 다른 국가들 역시 앞으로 공세적인 재정 부양책 및 통화정책 상의 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한 차원의 균형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연준, 위험자산 너무 매입하는 것 아니냐
한편 25일자 미국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지는 연준이 위험 자산이나 담보를 너무 많이 취득한 것은 위험한 일이며, 이는 나중에 금융시장이나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쉽게 회수되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비판을 소개했다.
제임스 해밀턴(James Hamilton)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교수는 "연준의 접근 방식이 지니는 위험은 경기가 다시 회복될 때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면서, "금융시스템에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려면 장부상의 증권을 매도하거나 대출을 환수해야 하는데 누구도 원치 않는 부실자산을 매각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강제로 풀어 놓을 경우 취약해진 금융기관들이 다시 충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올해 연준 이사직에서 물러난 프레드릭 미시킨(Frederic Mishikin) 콜럼비아대학 경제학 교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은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자산이고 ABS 담보를 통한 기간 대출은 원래 대출 기간이 짧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방어 논리를 제시했다.
미시킨 이사는 연준이 지금처럼 과감한 대책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지금 발생한 금융 위기 충격은 대공황 때의 그것보다 더 복잡하고 다루기가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준이 내놓은 이번 대책이 소비자금융과 주택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 위축된 은행 ·소비자들 '외면'할 수도.. 납세자 돈만 위험해진다?
26일자 블룸버그통신(Bloomberg News)은 금융 위기로 인해 타격을 받은 소비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과연 소비자들이나 대출기관이 즉시 더 많은 신용을 원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마이클 다다(Michael Darda) MKM파트너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종의 누워서 침뱉기 같은 말일지 모르지만 은행들은 대출이 상환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더 대출을 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한계를 느껴 이미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고, 당국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 완화 정책의 핵심 사례로 지목되는 일본의 경험으로 볼 때 유동성 공급 확대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본질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은 아니었다는 것이 공식적인 평가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 당국자들은 자신들은 '통화공급 확대'가 아닌 '신용시장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과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책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번 연준의 소비자금융 지원책은 그 동안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책이 너무 월가를 지원하는데 쏠려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차기 대통령도 계속해서 금융산업 외에 '메인스트리트'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중이다.
하지만 민간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는 와중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위험자산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는 것은 납세자들의 돈을 점점 더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 구제기금이나 연준의 자산매입 혹은 담보 수취는 최상위 'AAA'등급 담보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지만, 이 시장 전문가들은 "등급이야 바뀔 수가 있는 것이며, 따라서 표준적으로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연준이 담보로 수취하는 ABS에 대해서는 헤어컷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또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에 모기지증권에 납세자들의 돈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